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전력지원물자 획득 비리 기동점검’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에서 한 관계자가 철갑탄 방탄성능 시험으로 앞부분만 관통된 방탄판과 완전 관통된 방탄복 부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
군, 첨단 방탄복 개발 성공하고도
군피아 로비에 사업 취소
삼양컴텍에 독점공급권 줘
퇴역 장성 7명 등 예비역 29명
돈받고 정보 넘긴뒤 취업하는 등
삼양화학그룹 로비스트로 활동
국방부가 28억원을 들여 최첨단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방산업체 삼양컴텍의 로비를 받아 사업을 취소하고 이 업체에 2700억여원에 이르는 일반 방탄복 독점사업권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뚫리는 방탄복’을 생산해 입길에 오른 삼양컴텍이 속한 삼양화학그룹은 6년간 예비역 군인 29명을 계열사 등에 채용해 로비스트로 활용했다. 이들 가운데 ‘고위공직자 재취업 윤리규정’을 어기고 ‘위장취업’한 퇴역 장성이 7명 포함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23일 국방부·방위사업청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방탄복 등 전력지원물자 획득 비리를 점검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국방부는 28억원을 들여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해 각 군에 2012년부터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액체방탄복은 북한이 2006년께 전차·군함 등을 뚫으려 개발한 철갑탄을 보급하고 있다는 정보에 대응해 군 당국이 2007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것이었다.
최루탄으로 떼돈 벌어…‘군피아’ 키워 고속성장 군과 ‘검은 거래’로 ‘방탄복 비리’를 저지른 삼양컴텍은 1980년대 최루탄으로 떼돈을 번 삼양화학그룹 계열사다. 무기·총포탄 제조업을 업종으로 등록했지만 주로 방탄복·방탄헬멧 등을 생산해 군에 납품하고 있다. 삼양화학그룹의 모태로 1975년 설립된 삼양화학공업은 1979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최루탄을 생산해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기간에 큰돈을 벌었다. 이 회사 회장인 한영자씨가 1987년 삼성·현대그룹 총수 등을 모두 제치고 개인 납세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대기업 초봉이 40여만원이던 당시 한 회장이 낸 소득세는 28억원이다. 삼양화학의 군사정권과의 ‘커넥션’은 1996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1987년 대선 직전 한 회장의 비자금 100억원이 전두환 대통령 쪽으로 건너갔다. 1993년 ‘율곡비리’ 사건 때도 한 회장은 뇌물 수수 의혹을 받았다. 삼양화학은 1989년 국정감사에서 최루탄 제조 중단을 선언한 뒤에도 방위사업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방탄복 비리’의 주범인 삼양컴텍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에 장성급 등 퇴역 군인이 몸담아 ‘군피아’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삼양컴텍 등 삼양화학 관련 기업에 2008년 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몸담은 퇴역 장성 등 육군 전직 장교들은 모두 29명이었다. 이들이 군과 삼양화학을 잇는 핵심 고리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