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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14 21:36 수정 : 2016.01.17 16:39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감사원 문형표 봐주기 논란

“이미 사퇴해 책임문제 거론 안했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 등 9명
해임·정직 이상 중징계 요구
삼성서울병원 늑장 대처도 지적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관련 정보를 감추고 늦게 공개·공유해 사태를 키웠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14일 감사원이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 결과를 토대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질병관리본부 8명, 보건복지부 1명에 대해 정직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대처의 주무부처장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미 사퇴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문 전 장관을 지난달 3년 임기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거쳐온 사실을 알고도 관련 정보를 소속 의료진과 공유하지 않아, 같은 병원을 거쳐온 14번 환자를 응급실에서 치료해 대규모 메르스 감염자를 발생시켰다. 삼성서울병원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대책본부)의 요구로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작성하고도 일부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늦게 제출해 메르스 사태 해결을 결과적으로 지연시켰다.

또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의 확진 판정을 확진일자까지 속여가며 뒤늦게 공개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대책본부는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병원 이름을 뒤늦게 공개했고 일부 감염 의심자 명단을 일선 보건소에 늦게 알려줘 추적조사·격리조처를 7일간이나 지연시켰다. 그 결과 12명(2명 사망)의 4차 감염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진자 90명 가운데 40명(6명 사망)이 메르스 환자를 접촉했다는 기본 사실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환자의 신고를 받고도 34시간이나 늦게 검사했고 이 환자가 병실 밖에서 여러 사람들과 접촉한 사실을 알고도 방역망을 병실로만 한정해 대규모 3차 감염을 낳았다.

감사원의 징계 요구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임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해임된 질병관리본부장의 직속 상관이자 주무부처장인 문 전 장관한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장관직에서 사퇴했고 장관한테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어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 사회를 강타하며 186명의 확진자 가운데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 다음으로 책임이 무거운 문 전 장관은 장관 시절 관할하던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에 나서 지난해 12월31일 취임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무책임한 처신” “부적절한 임명”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제 감사원이 나서 ‘면죄부’를 준 셈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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