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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4 21:29 수정 : 2015.12.15 12:48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채용청탁 의혹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2013년 신입사원 채용 때 최경환 부총리의 인턴 출신 황아무개씨를 부당하게 합격시킨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금까지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과 당시 인사 총괄 부서장을 맡았던 권아무개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을 뿐 정작 최 부총리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박 전 이사장과 권 실장에게만 책임을 묻기로 하고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월 중진공 간부 방문때
보좌진 통해 인사청탁 의혹
8월 부총리 만나고 나온 이사장
“불합격권 인턴 황씨 합격시키라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까’ 최 발언”

검찰수사 전 부총리실과 사전조율
부총리 조사할지 검찰은 함구
운전기사 청탁은 조사기록서 삭제

■ 최 부총리로 향하는 채용비리 의혹 검찰 수사 내용과 중진공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최 부총리가 황씨의 채용에 직간접으로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황씨 인사청탁의 시작은 이렇다. 2013년 1월 중진공 간부 ㅈ씨와 ㄱ씨는 국회를 방문해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났다. 최 의원은 업무 얘기가 끝나자 자신의 보좌관을 만나라고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보좌관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지역구 사무실에서 4년 동안 인턴을 했던 황씨의 인사청탁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박철규 전 이사장은 검찰에서 당시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실장도 두 간부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최 부총리와 두 간부는 “청탁을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황씨는 3개월 동안 중진공 대구경북연수원 파견직(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2013년 6월 공단 신규채용에 지원했다. 황씨가 신규채용에 지원했다고 박철규 전 이사장한테 전달한 사람은 중진공 간부 ㅈ씨다. ㅈ씨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와 올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부총리 쪽과 사전 조율과 협의를 맡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ㅈ씨는 11월11일 검찰 수사를 받고 난 뒤 권 실장에게 전화를 해 “검찰에 들어가기 전에 부총리실하고 사전에 다 조율하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 쪽이 ㅈ씨를 통해 채용청탁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ㅈ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전에 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알고 지내던 최경환 의원 지역 사무실 보좌진이 황씨가 공단에 지원했다고 말해,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사청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박철규 전 이사장이 2013년 8월1일 최 부총리를 만나고 온 뒤, 점수 조작을 해도 합격이 불가능했던 황씨를 무조건 최종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과 권 실장은 박 전 이사장이 불합격 사실을 통보하기 위해 최 부총리를 만나러 갔다 온 뒤, 입장이 바뀌어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전 이사장이 ‘최 부총리가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까 그냥 합격시키라’고 했다고 감사원과 검찰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박 전 이사장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은 최 부총리를 만나긴 했으나 황씨 얘기를 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황씨의 불합격 결정이 뒤바뀐 건 박 전 이사장이 최 부총리를 만나고 난 뒤라는 게 관련자들의 일관되고 공통된 진술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박 이사장을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최 부총리 해명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채용청탁 의혹의 핵심 쟁점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최 부총리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관계자는 최 부총리 조사를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 조만간 기자들에게 간단히 설명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 부총리 운전기사 수사는 ‘모르쇠’ 최 부총리의 운전기사 출신 ㄱ씨가 인턴인 황씨보다 앞서 중진공에 입사한 것도 최 부총리의 채용청탁 의혹을 한층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중진공이 최 부총리의 취업청탁 해결 창구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운전기사 ㄱ씨의 채용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 기록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알려져 수사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최 부총리가 초선 의원으로 활동하던 17대 국회의원 시절 운전기사를 지낸 ㄱ씨는 2008년 8월 중진공 대구경북연수원 시설관리 용역직원(비정규직)으로 입사해 2년 만인 2010년 8월 용역업체를 관리하는 정규직으로 신분이 ‘180도’ 바뀌었다. 최 부총리 쪽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공단에서 실제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ㄱ씨가 유일했다.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간부 ㅈ씨는 지난달 11일 검찰 수사 뒤 권 실장에게 전화를 해 “참고인 조사를 받는데 검사가 뜻밖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운전기사 ㄱ씨에 대해 물었다. ㄱ씨가 특별한 사례라며 주변에서 ㄱ씨를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ㅈ씨는 “나중에 조사받은 내용에 사인(서명)하고 지장을 찍을 때 ㄱ씨 문답 내용은 없었다”며 “(최 부총리실) 비서관에게 듣기로는 부총리실에서 검찰에 선을 대고 있는 것 같다. 크게 번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안양/김기성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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