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 |
“내 땅 수용되도록 도로 바꾸라” 압력 넣은 감사원 사무관 파면 |
감사원 5급 감사관 박아무개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인근 땅을 대거 사들인 때는 2009년이었다. 박씨는 자신은 물론 아내와 형, 조카 등의 이름으로 땅을 집중 매입했다. 박씨가 땅을 사들인 직후 때마침 인근 경기 하남 일대 부동산 개발붐이 불었다. 그의 부동산은 현재 시가로 수십억원대를 웃돌 만큼 가격이 치솟았다.
땅값이 들썩이자 박씨는 강동구청과 경기 하남시청, 엘에이치(LH)공사, 에스에이치(SH)공사 등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등에 땅값 상승에 더 유리하도록, 또한 토지가 수용될 수 있도록 도시 구조·계획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이 개인정보임을 이유로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으나, 박씨는 상당 기간 서울시 감사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청·하남시청을 비롯해 엘에이치·에스에이치공사 등에서 박씨가 감사원 감사관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6월에는 박씨의 요구대로 도로 구조 변경 고시가 확정됐고 보상금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박씨의 비위행위를 알게 된 때는 지난해 말이었다고 한다. 예방적 감찰활동 강화 방침이 정해진 뒤 내부 감찰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감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감찰 과정에서 박씨는 “(도시계획 변경 요구는) 공익을 위해 관계기관에 조언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시청 등 관계자들한테서 직접 관련 진술을 받는 등 6개월 이상 조사를 거쳐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결국 파면됐다. 이런 결정은 전체 7명 중 4명이 민간위원인 감사원 징계위원회에서 10월26일 이뤄졌다. 감사원은 직원 2명이 성매매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인 4월 징계 규칙을 개정해 징계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심각한 비위행위이지만 파면 결정은 흔치 않다. 강화된 감찰 기조에 따라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원은 박씨의 비위행위를 검찰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서 판단한 결과 검찰에 통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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