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시스템 호환안돼 50개기관 전송 손놔
정부가 기록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도입한 자료관시스템이 기존 전자문서시스템과 연동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기록물 이관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6월까지 기록물 생산현황을 국가기록원에 통보하도록 했지만, 이 문제로 상당수 정부기관들이 기한을 어긴 상태다. 연동 시스템의 보완·개발 작업에 따른 추가 예산 지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관시스템이란?=정부 각 부처 및 기관에서 전자문서시스템으로 만들고 저장한 기록물을 전자파일 형태로 이관해 수집·보존·활용·폐기할 수 있는 기록관리시스템이다. 기록관리 업무의 일관체계를 구축하고 중요 기록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4년부터 기관별로 도입됐다. 이 시스템에 따라 문서를 생산하는 부서는 기록물을 각 기관 자료관으로 이관하고, 자료관에서는 이 가운데 영구·준영구 보관해야 할 기록물을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으로 넘기게 된다. 자료관시스템은 현재 400여개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보급된 상태다. 자료관시스템을 주관하는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9월 128억원을 들여 56개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188개 기관의 자료관시스템을 일괄 발주했는데, 엘지씨엔에스(LG-CNS) 컨소시엄이 선정돼 컨소시엄 소속 5개 업체가 만든 자료관 프로그램이 각 기관에 구축됐다. 문제의 발생=올해 초 자료관시스템이 운영되기 시작하자마자 상당수 기관에서 기존 전자문서시스템과 연동이 안 되는 문제가 일어났다. 애초 국가기록원에서는 전자문서시스템과 자료관시스템이 연동되는 것을 시연한 뒤 자료관시스템에 인증을 내줬다. 하지만 실제 부처들이 도입한 자료관시스템은 시연회 때 쓴 기본모델이 아니라 조금씩 변형된 제품들이 들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관이 매년 5월까지 자료관에 전년도 기록물 생산현황을 보고하고 자료관은 6월까지 이 현황을 국가기록원에 통보해야 하는 규정을 어긴 상태다. 국가기록원이 9월에 보낸 ‘기록물 생산현황 통보 촉구’ 공문을 보면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감사원, 법무부 등 50여개 기관이 현황을 보고하지 못했다. 문제 해결 방안도 미진=이처럼 시스템 시행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연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자문서시스템 프로그램 공급 업체와 자료관시스템 공급 업체가 만나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끝난 전자문서시스템은 추가 관리를 위해서는 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예산이 없다. 한 시스템 업체 관계자는 “서로 다른 회사 제품이 연동되느냐를 시연회 한번으로 점검하면 된다고 판단한 관료적인 접근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 부처 담당자는 “문제가 생겨 국가기록원에 알렸지만 ‘시스템 업체들과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우리 부처에서도 별다른 지시가 없어 사실상 방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부처별로 정확히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자료관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프로그램인 만큼 일부 기관에서 업무 미숙으로 인해 생산현황 통보를 지연하는 것일 뿐 시스템상의 문제는 없다”며 “다만 두 시스템 사이의 데이타 통일성이 부족해 일부 필수항목을 해제한 채 문서현황을 통보하도록 조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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