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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22 20:25 수정 : 2015.07.23 14:06

안희정 충청남도지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로 충청남도 서울사무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선 6기 1년,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안희정 충남지사
“난 등판에 앞선 불펜투수…기회 오면 1이닝이라도 정확히 던지기 위해 노력”

안희정 충남지사는 ‘몸이 덜 풀린 상태‘라고 했지만 자신을 ‘잠룡’으로 보는 대중의 시선을 굳이 피하려 하지 않았다. 취임 1년을 맞아 21일 충남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안 지사는 ‘등판에 앞선 불펜투수’에 자신을 비유했다. “충남도지사로서 정말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런 과정이 몸을 푸는 과정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공한 도지사와 준비된 지도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비쳤다.

-대중들은 안 지사를 대선주자로 바라본다. 

“도지사 선거 때 실력을 쌓고 준비해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성장하겠다고 연설했다. 당시엔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걸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고, 저도 그걸 잘못된 해석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 약속이 여전히 유효한가.

“제가 어느 정도 ‘감’이 될지는 지나봐야 안다. (웃음)”

-이제 몸이 좀 풀렸나?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어느 때 어떤 구질이 필요한지는 알겠다. 국가로 치면 과제, 정치지도자로 치면 필요한 철학과 소신, 덕목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정도일 거다. 21세기 초반 대한민국과 전 세계, 아시아의 과제에 대해, 그걸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정리하고 있다. 도지사로서 이런 문제에 대해 늘 물음을 받게 된다.”

-도정을 하면서 남북문제, 외교문제 ‘구질’도 연습할 기회가 있나.

 “경제자유구역사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중앙정부에 이러이러한 대북정책, 분단정책, 아시아 평화정책을 가져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에 수출을 하는데 그러면 수출 목록에 포함돼 있는 각종 산업들이 한중에 프티에 이에서 어떻게 채택될 건가에 대해 도지사로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도정을 하면 모든 게 다 걸려 있다.”

-현재의 투수가 난조를 보이면 갑자기 등판을 요구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나?

“모든 선수들이 몸을 풀고 컨디션과 실력을 향상시키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1이닝이라도 정확하게 던지기 위한 노력을 해줘야 한다.”

  -본인이 실력이 닦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게 뭔가.

“사람의 노력도 있고 인연이란 것도 있고 시대의 흐름도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서 어떤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좋은 국회의원들, 지도자들이 계셔서 제가 임의로 어떤 지점을 선택하긴 마땅치 않다. 지금 상태에선 도지사로서 대한민국의 국가과제를 이끌어내는 지방정부의의 역할을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나서 제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더 가봐야 안다.”

-2017년 등판 여부가 대중의 관심사다. 그때쯤이면 몸이 풀리고 실력 쌓기가 끝나는 건가.

“학생으로 치면 아직 입시요강도 안 나왔다. 요강이 나와야 시험은 언제 보고, 시험 과목은 뭐고, 원서를 낼지 말지, 낼만한 실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는데, 아직은 가늠할 수가 없다.”

-야권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이 이길 수 있다고 보나.

“국민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과 새누리당 정권 10년의 두 분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지도자 선택과 관련한 다른 관점을 가졌을 거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진영이 구체적 성장과 한반도 평화, 인권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전략, 균형자외교전략, 국가 균형발전 등의 측면에서 훨씬 더 유능하게 국가를 운영해왔다고 자부한다. 힘을 모으면 국민들이 이제는 진보진영에 새로운 집권의 길을 열어주실 거다. 다만, 우리가 분열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단기적, 정파적 입장을 뛰어넘어 좀 더 성숙한 국가지도력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2012년 대선 때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훨씬 높았고 야권이 분열하지도 않았는데 패했다. 그런 게 다시 되풀이될 수 있는 거 아닌가.

“글쎄요, 뒤에 지나고 나서는 여러 가지 패배(원인)을 분석할 수 있지만 그건 평론가들에게 맡겨두자. 저처럼 현장에서 실천한 사람의 분석은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거라고 하는 건 늘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졌다는 것을 나의 패배라고 하면 안 된다. 국민들이 그렇게 선택하셨을 뿐인 거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그런 선택을 한 걸 가지고 패배했다고 얘기를 할 거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를 선택하신 거다. 그러면 그걸 존중해서 가는 거다. 그걸 또 뒤집어서 뭘 어떻게 더 했어야 했을까, 그건 너무 선거공학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선거공학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면 민주주의 철학과 국가의 미래 가치가 엷어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건 평론가들에게 맡기자. 선거와 민주주의를 너무 선거공학적으로, 투표의 공학으로 이해하지 말자고 정치 지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좋은 정치를 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조국과 내 이웃에 대한 소신과 철학으로 그 위를 걸어갈 뿐이다. 때가 되면 국민들이 그 길을 선택할 순간들이 온다. 그때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된다.”

대선 도전 뜻 조심스레 비쳐

“당을 임의로 깼다 붙였다 하니
정치를 혐오하고 불신
선배님들이 그렇게 하면 안돼

문재인·김한길·천정배
모두 DJ·노무현 집안 후손들

중국 중심의 아시아 시장으로
한국의 경제축 재편되고 있어
충남, 대중국 물류 기지로 우수”

-이 시대에 필요한 대통령의 자격이 뭘까.

“우리 사회에 많은 지도자들이 있다. 이 지도자들 모두에게 필요한 첫 번째가 민주주의다. 어느 영역에서든 민주주의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소신과 철학을 지닌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형성했으면 한다. 흔히 ‘지도자 헤게모니’를 자꾸 얘기하는데, 헤게모니는, 어떻게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권력을 관철시키는 거다. 선거공학을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 그렇게 되면 정파의 지도자로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성공한 역사를 못 만든다. 민주주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서 정치를 하자고 제안하는 건 우리 모두가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민주주의 지도자라야만, 소비자와 종업원과 노동자 모두의 승리를 야기하는 기업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헤게모니와 정치공학적 지도자만 있으면 기업과 개인은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상품과 기업의 가치 그리고 소비자와 시장의 질서는 무너진다. 오히려 모든 지도자의 첫번째 덕목은 민주주의다. 지금 우리 사회엔 공학적 지도자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이냐, 어떻게 하면 내가 헤게모니를 잡을 거냐, 어떻게 하면 상대를 자빠뜨리고 이길 거냐, 이 생존경쟁의 리더십밖에 없다. 이걸 가지고는 그 개인은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와 역사가 승리할 수가 없다.”

-천정배 의원의 독자적 정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단결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분도 혁신을 하자는 얘기는 똑같은데, 구체적 내용을 놓고 얘기해봐야 한다. 지금 혁신의 내용이라는 것 대부분이 국민들이 볼 때엔 자기들 이해를 앞두고 게임규칙과 관련해 이리저리 패를 먹는다는 느낌 외에는 없다. 우리가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려면 소신이 어떻게 부딪히는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소신이 우리 모두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소신이어야 한다. 당을 이렇게 저렇게 운영하자는 규칙은 국민에게 크게 안 알리고 정하면 된다. 그걸 가지고 매일 싸운다.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짓이다. 천정배 의원이든 어떤 정치인이든 소신과 비전 얘기를 해줘야 한다. 지도자가 돼야 할 이유를 정책과 비전으로 얘기해줘야 한다. 구체적인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과제를 놓고 좀 더 큰일을 하게 해달라고 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를 향해 어떤 정책과 비전이 있는지 좀 더 수준 높은 토론을 하고 토론을 통해 일정한 절차와 규칙을 만들어서 결론 내야 할 문제가 있으면 내서 함께 가야 한다. 자기 입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서로 헤어진다면 그건 정당과 정치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들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다. 바둑을 꼭 백으로 둬야 하나? 흑으로 두는 것도 바둑 한 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돌을 골라서, 흑이면 아예 바둑판을 엎는 정치를 하고 있다. 흑으로 둬도, 백으로 둬도 바둑 한 판이다. 그런데 당내 싸움이든, 국가를 운영하는 싸움이든 자기가 소수파, 흑이 되면 아예 판을 깨려고 한다.

그러면 민주주의가 깨지고 정치로부터 국민들이 멀어지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주요한 과제는 하나도 해결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된다. 그 국가적 위기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 시민들이다. 힘 있고 부자들은 별로 고통 안 받는다. 자기 힘이 있으니까 피해갈 수 있다. 민주주의자로서, 진보주의자로서 정말로 역사와 우리 평범한 보통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솔로몬 재판 생모의 심정으로 단결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부진의 원인을 ‘계파 담합구조’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계파 담합이 아니라 분열이다. 적어도 계파라고 하려면 보스와 충성을 맹세하는 계파원이 있어야 하는데, 충성과 의리를 다짐하는 계파가 대한민국엔 없다. 각자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 내가 굉장히 시니컬하게 표현하는 건데, 어쨌든 계파 담합의 문제라기보다 분열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 분열의 문제는 정당의 지도자들이 정말로 헌신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하나의 당 이름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같이 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리더십이 결과적으로 국가라는 통합적 리더십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좀 더 헌신적으로 노력하자고 제안한다.”

-야권에서 리더십이 잘 형성되지 않고 발휘되지 않는 구조는 무엇 때문인가.

“우리 선배님들과 모든 지도자분들이 무겁게 처신을 해줘야 한다. 제가 한 당원으로서 서운함을 말해본다면, 대선자금수사로 감옥에 갔고 그것 때문에 공천을 안 줘도 당에 남아서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도대체 선배님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어느 분이든 당을 이런 식으로 임의로 깼다, 붙였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 국민들이 다 안다. 그러니 정치에 대해 혐오를 하고 불신을 하는 거다. 자기와 뜻이 안 맞는다고 하는데, 생각이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나. 생각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하는 거다. 생각이 똑같으면 민주주의를 할 필요가 없다. 여왕벌 중심으로 일개미는 열심히 일하고, 싸움 개미는 싸움 하면 그만이지 뭐하러 민주주의 정치라는 걸 만드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만들어진 거다. 국민들이 봤을 때 정당의 역사에서 천정배, 김한길, 문재인이 어디를 가든 다 김대중, 노무현 집안 후손들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정당이란 이름 안에서 어떤 규칙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지는 내부적으로 논의하면 된다. 저출산, 고령화, 개방화, 양극화, 분단 70년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이 방향으로 한번 이끌어보겠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온다. 국민들이 볼 때 규칙과 공천제도 바꾸는 문제는 다 ‘정치하는 당신들 얘기’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에 대해 평가한다면.

“인류역사에서 가장 좋은 의사결정 방식은 사실은 가위바위보 아니면 동전던지기다. 많은 의사결정을 이렇게 한다. 형과 누나가 사탕 나눠 먹을 때도 가위바위보를 했고, 동네에서 축구를 할 때도 주사위를 던진다.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게임 규칙은 단순해진다. 승복하지 않겠다고, 내가 어떻게든 꼭 이겨야 하겠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게임 규칙을 늘리는 거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건 혁신위원회든, 최고위원회든 결정이 나면 따라줘야 한다. 물론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적극적인 의사 개진을 하면 된다. 그 다음에 결론이 나면 따르면 되는 거다. 아주 간단하다.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한테 사랑받을 만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거다. 상대하고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그 시대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면 사랑받게 되는 거다.”

-정치권에선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충청권 캐스팅보트’ 얘기도 나온다.

“백종원 집밥이 인기다. 백주부, 슈가보이라고도 하던데, 아무 음식이나 설탕을 넣는다고 맛있는 거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요소에서는 슈가다. 영남, 노동자, 기업, 충청도, 모두 슈가 역할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지역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판이 결정되지 않는다. 음식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야 설탕 역할도, 소금 역할도 하는 거다. 승리하려면 지도자들이 좋은 비전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은 번영과 더 많은 평화와 더 좋은 질서를 만들어내는 전체 음식에 대한 비전 없이 슈가만 자꾸 집어넣는다고 맛있는 음식이 안 된다. 어느 지역, 어느 계, 어떤 이슈 등 하나를 지렛대로 삼으려 하면 좋은 정치로 가기 어렵다.”

-충남 도정의 열쇳말은 ‘행복’이다. 안희정의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생존권이 보장되며, 건강한 생활공간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경제 부문에선 자영업자부터 기업까지 고르게 성장하는 것이고, 복지·안전 부문에선 누구나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서 안전한 기본적인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안 지사가 추구하는 환황해 프로젝트의 미래비전이 뭔가.

“중국 중심의 아시아 시장으로 한국의 경제축이 재편되고 있다. 경부축에서 서해안축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기조 전략은 정부가 잘 세워야 하고 지방정부는 산업·물류·기반시설을 갖추고 자본과 시장을 유치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대산항과 당진·평택항 등 충남의 항만물류량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또 경의선으로 이어지는 서해선도 착공했다. 대중국 물류 전진기지로서 경쟁력이 우수하다.”

임석규 송인걸 기자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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