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부족한 돈 “민간에 넘길 건 넘기자”
내년도 부문별 예산(총지출 기준) 중 유일하게 줄어드는 것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시설(SOC) 예산이다. 예전에는 경기가 어려우면 정부가 나서 사회간접시설 투자를 늘려 경기부양에 나서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 부문에 대한 재정투자를 사실상 줄이는 실정이다. 민자유치 계획 2조여원 늘려“수익 낮다” 기업 안나설땐 ‘큰일’ 내년도 사회간접시설 재정투자 규모는 17조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7%(5천억원) 줄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이 기간 중 SOC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1.3%로 가장 낮다. 전체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6.3%이다. 사회간접시설 예산이 이렇게 줄어드는 것은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을 사회복지나 국방, 연구개발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사회간접시설 투자 등 민간에 넘길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넘기자는 게 정부 생각이다. 기획예산처는 그동안 사회간접시설 투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도로 등의 시설축적이 크게 늘어난데다, 최근에는 민자유치 활성화나 공기업 자체 투자 확대 등으로 재정의 직접 투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이한준 선임연구위원은 “한정된 재원으로 대규모 SOC 사업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 부문에 대한 예산을 줄이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소한 예전 수준은 유지해야 하는 데 지금과 같이 실질적으로 공사 물량이 줄어드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수립된 계획을 기초로 할 때 2011년까지 총 20~40조원, 연간 2~4조원 수준의 SOC 투자 부족액이 예상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재정투자가 줄어들면 이 공백을 민간자본이 메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6.2조원이었던 BTL사업(민자유치 사업) 규모를 내년도에는 8.3조원(협약기준)으로 늘려잡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이 수익률 저하 등을 이유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어렵다. 사회간접시설 투자 부족 현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셈이다. 정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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