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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6 20:16 수정 : 2014.06.19 15:18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은 안산시민들의 심리치료 문제 등에 대해 도지사로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생각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도지사 당선자 인터뷰 경기지사 당선자 남경필
“의원들 양심 따라 자유투표…야당도 인사청문회 해야”
“연정, 갈 데까지 가볼 생각…대선은 도전할 수 있으면”

5선 국회의원에서 경기지사로 변신을 앞두고 있는 남경필 당선자는 활기가 넘쳤다. ‘비주류 국회의원’에서 ‘경기지사’로 역할이 바뀌는 데 부담과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했지만,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의욕이 더 커보였다. 남 당선자를 국회에서 만난 15일에도, 그는 도정혁신위원회(도정인수위) 회의에 참석했다 오는 길이었다.

-0.8%포인트 차로 겨우 이겼다. 왜 그랬다고 보나?

“반올림하면 50대 50이다.(웃음) 야당 지지층이 (여권에는 화가 났지만) 남경필은 다르게 평가해 ‘분노의 투표’를 하지 않았고, 여당 지지층도 결집하면서 이겼다고 본다.”

-야당에 연정을 제안했는데, 정치권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의 연정을 구상하고 있나?

“솔직히 모르겠다. 갈 데 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 연정은 ‘연합정부’가 아니라 ‘연합정치’다. 사실 우리나라엔 연합정부 제도도 없고, 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는 자리도 너무 적어서 공동정부는 어렵다. 고마운 건,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의) 김태년 위원장이 굉장히 열려있고, 송호창 위원장도 진지하게 응대해준다는 거다. 야당 도의원들은 정책협의체가 너무 활성화되면 도의회 기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던데, 김태년 위원장이 ‘도지사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도의회도 어느 정도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그게 혁신’이라고 하더라.”

-정책협의, 연합정치도 한계가 있지 않나. 여야간 의견이 다른 쟁점들이 많은데.

“정책협의회에 몇가지 어젠다를 드렸는데, 거기에 버스 준공영제와 관피아 문제가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무조건 다 한다, 다 못한다가 아니라 우리가 쓸 수 있는 예산을 정해서 연도별로 얼마만큼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확히 말하면 공무원이 공공기관에 재취업하는 걸 현실적으로 다 막을 수는 없다. 공무원 정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사체계를 바꿔야 하는 건데, 거기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정책협의회에 산하기관 가운데 공무원 재취업이 가능한 기관과 불가능한 기관을 나눠달라고 했다.”

-“종북좌파를 제외하고 모든 세력과 협력, 통합하겠다”고 했는데, 당선자가 생각하는 종북좌파가 뭔가. 통합진보당을 말하는 건가?

“(종북좌파가) 통합진보당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이석기 의원 재판과 정당해산심판 결과도 봐야 한다. 나는 그 법적인 판단에 따르겠다. 지금으로선 통합진보당과 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규모가 가장 큰 새정치연합부터 먼저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진보 교육감이 당선돼 전임 교육감의 혁신학교 등 진보적인 교육 정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김문수 지사는 교육감과 갈등이 많았는데, 남 당선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재정 당선자를 다음주초에 만날 예정이다.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많이 분리돼 있어서 그렇게 큰 갈등이 있을까? 결국 예산문제다. 또 정책의 목표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정해지면 방법론은 맞출 수 있다.”

-당이 어려울 때 나쁜 말만 하지, 정작 나서서 실천은 안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말도 하고 행동도 하면 100점이다. 말도 안 하고 행동도 안 하면 낙제고. 그런데 행동은 별로 안 하지만 말이라도 하면 80점은 아닌가?(웃음) 국회의원의 역할은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기본이다. 특히 비주류 의원에게는 비판 기능이 전부다. 이젠 다를 거다. 남을 비판하지 않을 거다. (국회의원 때와 달리) 내가 비판받는 자리, 예산과 정책을 실행하는 자리, 집행하는 자리에 왔기 때문에 실천으로 보여드려 세상을 바꿀 거다.”

야당지지층이 나를 다르게 평가
‘분노의 투표’ 안해 승리 가능
기득권 내려놓고 정책협의 할 것
진보교육감과도 대화해나갈 생각
문창극, 인사청문회 열어 판단해야

-미래연대부터 이어져온 새누리당 소장파는, 새누리당에도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지만 결과적으로 주류의 기득권을 공고화해주는 ‘화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시각을 좀 바꿔보자. 새누리당 말고 정치권 전체로. 15년 전 미래연대가 지금 정치권을 바꾸는 주역이 됐다. 원희룡, 김부겸, 권영진, 김영춘, 정병국 모두 미래연대 출신이고, 이제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와있다. 새누리당이나 단기간으로 보면 아무 것도 한 게 없어 보이지만, 15년 동안 일관되게 그런 이야기 해온 사람들이 이제는 비판받는 위치까지 올라가 있다. 이젠 당내 주역들도 (개혁적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와 새누리당의 미래권력을 두고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원 당선자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나?

“종이 한 장 차이다. 둘다 출발선상에 서 있다. 또 (여야를 떠나) 안희정, 이광재, 나경원, 김세연, 홍정욱 등 모두 선의의 경쟁자라고 본다. 적이 아니다. 나는 모두가 같이 뛰면서 낙오하지 않고 쭉 갈 수 있는 역할을 할 거다. 어느 시점이 되면, ‘이 그룹이 집권하면 이념으로 싸움박질 안하고, 여야가 선거 때만 경쟁하고 다른 때는 상당히 협력하겠구나’ 이런 구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거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차기 대선엔 출마할 생각인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싶은 꿈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차기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모른다. 나는 이번에 나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 절반의 마음을 얻는 것만으로도 할일이 너무 많고, 경기도와 관련해 약속한 게 너무 많다. 혹 그게 되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잘 깨달아야하지 않나. 내가 지금 차기 대선에 나간다다고 하는 건 웃기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은 큰 리더인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작은 리더인 남경필은 통합과 협치를 선택했다. 다른 선택을 한 건,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라는 상황이 다르고, 사회 현상을 보는 틀과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과는 국민이 판단할 거다. ‘개조’라는 용어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국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혁신의 기본은 자기 자신이 변하는 거다.

-박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보면, 박 대통령은 안 변했다는 뜻인가?

“평가는 국민이 하는 거다. 그렇게 한 것도 지도자의 선택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청와대와 여당, 야당의 견해가 명확하고,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없다. 남은 길은 민주적 절차이고, 야당도 그건 막으면 안된다.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 다만 당론 투표를 하면 안된다. 각 의원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유투표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역사인식문제부터 다 들어가 있는 일 아닌가.”

조혜정 서보미 기자 zesty@hani.co.kr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한겨레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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