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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01 21:20 수정 : 2014.06.01 22:21

31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한국방송(KBS) 가족사랑 유모차 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유모차를 밀며 걸어가고 있다. 부산시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알리고 출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부산/연합뉴스

6·4 지방선거 부산 민심

텃밭 위기론에 보수결집 움직임
여당, 색깔론 몰아가기는 자제

“오거돈이 종북좌파라고? 아무리 밀려도 택도 없이(근거 없이) 그라모(그러면) 안 되지.”

“인물이야 오거돈 후보가 낫겠지만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한테 힘을 실어줘야지.”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1일 부산시청 앞 녹음광장에서 만난 60대들의 의견은 갈렸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을 계속 찍었다는 양아무개(62)씨는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한 오거돈 후보가 일을 잘할 것 같고 한 번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전투표 때 오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홍아무개(62)씨는 “1번(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을 빼면 모두 좌파다. 지금까지 이 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이 누구 때문이냐. 박근혜 대통령한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되받았다.

부산시장 선거는 막바지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여전히 예측 불허다. 부산에서 확실한 새누리당 지지층인 60대의 의견이 나뉘는 것 자체가 지난 20여년 동안엔 보기 드물었던 장면이다. 야당 후보에게 밀리던 새누리당(한나라당) 후보가 선거 중반을 넘어서면서 역전을 하던 종전의 모습과는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들이 지난 29~30일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한 곳을 빼고 오 후보가 서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에서 5%가량의 지지를 얻었던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기 전의 결과여서,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 후보가 판세를 뒤집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에 오지 않으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까지 했지만, “선거 때마다 우려먹는다”는 오 후보 쪽의 비판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여건 때문인지 부산에서 새누리당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1일 오후 3시30분 부산역 유세에 현역 국회의원들과 지방선거 출마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거리에서 “도와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서 있거나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또 길거리에 내건 펼침막엔 세월호 참사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박 대통령의 얼굴과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최근 ‘오 후보는 종북좌파 세력을 등에 업은 후보’라고 공격했던 새누리당은 노골적인 색깔론을 자제했다. 유권자의 부정적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이아무개(63)씨는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고 장관까지 한 사람을 근거도 없이 종북좌파라고 밀어붙이면 되레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보수 대결집’ 전략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부산역에서 만난 50~60대 유권자 상당수는 오 후보가 종북좌파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오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밑바탕에는 역시 박 대통령이 있었다. 서아무개(64)씨는 “서병수는 박 대통령의 오른팔 아니냐”고 말했다. 이아무개(63)씨는 “오 후보가 종북좌파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이 위험하다고 하니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서 후보 쪽은 두번째 부산시장 선거인 1998년 상황이 재연되기를 기대한다. 당시 김기재 무소속 후보는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안상영 한나라당 후보를 2.5~4.2%포인트 앞섰으나, 개표 결과 1.7%포인트 차이로 졌다.

막판 보수층의 대결집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아무개(50·부산 기장군 정관면)씨는 “세월호 안에 있던 250여명의 학생들을 한 명도 살리지 못하고 우와좌왕했던 정부의 무능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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