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7 19:02
수정 : 2006.02.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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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출마 예정 자치단체장들의 장밋빛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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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모노레일·서초구 지하도시·전주 운하…
수천억 사업 여론수렴도 없이 “터뜨리고 보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자치단체의 ‘장밋빛’ 사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모노레일, 운하, 지하도시, 해저터널, 자기부상열차, 초고층빌딩 등 건설비가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계획들이다. 하지만 사업에 필요한 심사와 승인 절차는커녕 여론 수렴도 생략됐다. 이 사업들은 모두 재선 또는 상위 지자체장을 노리는 현직 단체장들이 추진해, 주민들은 혼란스럽다.
“발표부터 하고 보자”=권문용 전 서울 강남구청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노레일을 올해 말에 착공해 2008년께 개통시키겠다”고 밝혔다. 권 전 구청장은 8일 전인 6일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시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사업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도시계획·대중교통과 관련된 일은 서울시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타당성 용역을 따로 줘서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노레일 사업은 도시철도 사업이므로 건설교통부의 승인도 필요해 언제 개통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모노레일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박춘호 강남구의원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불필요한 사업에 반대하는 구민 5천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연임을 추진하는 조남호 서울 서초구청장도 임기 말인 지난해 11월, 건설 중인 ‘신 분당선’ 양재~논현역 3㎞ 구간 밑 5~6층 깊이에 20만평 규모의 지하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2조~3조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을 민자유치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관련 부처인 건교부와 서울시는 “당장 계획을 세워도 확정까지는 3~5년이 걸려, ‘신 분당선’과 공사일정에 맞추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완벽한 방재가 어려운 지하에 대규모 도시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안상수 인천시장도 지난 9일 “2010년 8월까지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안 바다를 매립해 151층짜리 쌍둥이빌딩(인천타워)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인천타워는 높이 610m로 두바이에 건설 중인 160층짜리 빌딩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고, 연면적(16만평)은 축구장 40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하지만 이 빌딩이 들어설 지역은 오는 4월부터 매립이 시작돼 2009년께 공사가 끝난다. 안 시장의 ‘시간표’대로 인천타워를 지으려면 먼저 매립지를 분할해야 하는데 해양수산부가 이에 동의해줄지 미지수다. 매립지 준공이 끝나지 않으면 재경부의 실시계획 인가도 받기 어렵다. 때문에 2010년까지는 건물 착공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리한 공약도 남발=전북도지사에 도전하는 세 명의 예비후보는 올 들어 최근까지 각각 자기부상열차·만경운하·해저터널을 내놨다. 김완주 전주시장은 “4500억원을 들여 익산~새만금 구간 22㎞에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하겠다”며 “장기적으로 1조원대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북도는 “지난해 검토 결과, 타당성이 없었다”며 손사래치고 있다. 김세웅 무주군수는 만경운하 뱃길(만경강~전주시·43㎞)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뱃길에 호화 유람선을 오가게 하고 양안을 테마도시화해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세계적 관광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사퇴한 유성엽 전 정읍시장도 최근 “새만금~중국 청도 550㎞에 이르는 해저터널을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구체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해 과연 표심의 기준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렇게 거창한 공약성 사업이 쏟아지는 데 대해 한켠에선 “‘청계천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청계천 복원 사업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가가 솟구친 것을 보며, 후보들이 너도나도 이를 따르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유주현 조기원 인천/김영환 전주/박임근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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