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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7 17:22 수정 : 2005.01.17 17:22

(좌로부터)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경제금융보험학부 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달 장롱 속에서 빠짝 말라 숨진 채 발견된 4살 난 아이의 사망 원인은 영양실조였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절대 빈곤 인구비율도 한풀 꺾였다 싶더니 다시 오르막이다. 일을 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구멍이 많아 빈곤해도 조건이 안 맞을 땐 속수무책이기 일쑤다. 정부가 어떤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빈곤층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김용하(44) 순천향대학교 경제금융보험학부 교수와 김미곤(4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머리를 맞댔다.

김용하/ “사회보험 늘리는 새 분배구조 설계를”
김미곤/ “기초보장 틈 메우고 노동의욕 높여야”

만약 부모가 남긴 건 없고 직장을 잃은 데다 아프기라도 하면? 가혹하지만 가능한 상상이다.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회에서 빈곤은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불안은 주변을 맴돈다. 김용하 교수는 중산층이 흔들리는 한국사회에선 기초생활보장제론 한계가 있다며 사회보장 틀을 다시 만들어자고 주장했다. 김미곤 연구위원은 ‘복지의 보편화’라는 방향엔 동의하면서도 우선 기초생활보장제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김미곤=우리나라의 빈곤층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가파르게 늘어 1999년 정점에 이른 뒤 2000년부터는 감소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절대빈곤률과 상대빈곤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어요. 특히 상대빈곤률은 최악의 상태였던 1999년보다도 높아졌죠. 그리고 중산층은 줄고 고소득층은 늘어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사회보장제도 전체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김용하=김대중 정부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해 우리나라도 복지국가의 틀을 잡았다고 하죠.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는 여전히 공공부조에 지나지 않고 이를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으로 삼는 나라는 없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금융위기 기간동안 절대빈곤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가느다란 희망을 줄 수 있었죠. 그러나 저성장에 빠진 지금은 새로운 분배 구조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미곤=어떠한 분배 재분배 구조일지라도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제는 최종적인 안전망이기 때문에 여전히 빈곤대책으로서 핵심적인 기능을 해야 합니다. 기초보장제도가 제도로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2가지 핵심적인 요구를 만족해야죠. 우선 기초보장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해요. 또 하나는 제도 자체가 건강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김용하=사실 저는 최후 보루로서는 기초생활보장제가 제대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최후로 가기 이전 제1전선, 제2전선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기초생활보장제와 그 위에 있는 사회보험 사이의 중간지대가 너무 넓다는 것이죠. 기초생활보장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를 확대해 해결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보험을 다시 설계해야 해요. 기초생활보장제를 무리하게 확대하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습니다.

김미곤=공공부조와 사회보험 사이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식은 밑에서 올라가는 것과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있죠. 김 교수님은 후자, 사회보험의 확대를 말씀하신 건데 기본방향엔 동의합니다. 하지만 공공부조에서 해결해야 할 사각지대가 있고, 사회보험에서 해결하여야 할 사각지대가 있죠. 예컨대,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빈곤은 공공부조에서 담당하고, 그 이상의 계층은 사회보험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확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김용하=소득보장의 중심제도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은 도입된 지 17년이 되었지만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여전히 있죠. 사회보험의 틀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이를 공공부조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로 보완한다는 것은 사회적 위험에 봉착한 중간계층이 빈곤자로 전락한 다음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것이 됩니다. 그땐 이미 늦는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빈곤 탈피율이 굉장히 낮아요. 빈곤으로 떨어지는 원인은 노령, 질병, 장애, 실업 등 사회적 위험이에요. 이런 위험이 생겼을 때 바로 국가가 개입해줘야 중간계층이 유지됩니다. 빈곤선을 올리고 수급조건을 완화해서 해결하려 하면 저성장 시대에는 빈곤이 늘어나는 속도를 당해내지 못할 겁니다. 금융위기 땐 차상위계층을 이야기했는데 요즘엔 차차상위계층 등 빈곤 대책 대상자 기준이 점차 높아져가고 있어요.

김미곤=사회적 위험이 발생할 때 사회보험이 1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덴 동의하죠. 하지만 현재의 빈곤문제는 사회보험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요. 결국 공공부조로 해결하여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빈곤층 가운데 기초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받는 사람들보다 더 많다는 거죠. 복지국가라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731조원인데 공공부조에 쓰는 예산은 약 4조5천억원입니다. 비율로 보면 0.5% 정도 되죠.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들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부조 예산은 1.5% 정돕니다.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3분의 1 정도의 예산만 투자하는 셈이고 비수급 빈곤층이 다른 나라보다 많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이야기입니다. 현행 기초보장제도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습니다. 부양의무자는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2촌의 혈족으로 이죠. 그런데 부양능력을 판정하는 기준이 낮고, 부양의무자 범위가 최근 조정되긴 했어도 아직도 너무 넓어요. 시부모와 모자가정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남편 죽고 자식들과 어렵게 생활하는 며느리가 있다는 이유로 시부모가 기초보장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소득이 전혀 없고 부양의무자도 없는데 재산이 4인가구가 6천만원이 넘어갈 땐 기초보장을 못받는 거예요. 그 재산이 거주하는 집이라면 팔기도 곤란하죠.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초보장제도에 역모기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산 때문에 수급을 못받을 땐 그걸 담보로 최저생활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죠.

김미곤/ ‘쥐꼬리 재산’ 도 기초보장 제의 재산 역모기지제도 도입 필요
김용하/ 공공부조로 해결하려면 중산층 “해택없고 세금만” 저항

김용하=개별급여제의 활성화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질병치료, 자녀교육, 주거비용 등에 대해 기초수급자가 아니라도 적극적으로 개별급여하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는 걸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역모기항제도 말씀하셨는데 아직은 활성화가 잘 안될 것 같습니다. 부모 가운데 자기는 어렵게 살더라도 재산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남기려는 사람이 많거든요. 빈곤을 공공부조로 해결하려 하면 중산층은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써야할 돈을 세금으로 부담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소득층은 자꾸 많아지고 중산층의 부담은 점점 커지는 거죠. 그런 개념의 공공부조는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사회보장을 위한 예산이 다른 선진국보다 많지 않은데도 정부가 분배에 너무 치중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습니까? 사회보장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낸다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노인 부양, 의료, 교육, 주거 등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부분은 사회재로서 함께 해결하고 나머지는 사적 재화로 남겨 놓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해요. 그러면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나를 위해서 내는 거니까 기꺼이 부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서구처럼 광범위한 사회재를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나름대로 최소한의 사회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점이에요.

“맞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동의의 뜻을 서로에게 보였다. 하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김 교수는 교육, 의료 등을 사회재로 만들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산층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는 걸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자의무자와 재산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미곤/ “기초보장 기준 억울한 탈락 많아 부양의무자·재산범위 완화를”
김용하/ “의료·교육 사회재로 바꿔 세금 많더라도 ‘나를 위한’ 보장으로”

김미곤=기본적인 욕구 해결을 과도하게 시장에 의존하는 체제에서 벗어나자는 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는 복지수준을 높이자는 것인데 어디든 복지 수준의 팽창기에는 사회적 저항은 있어요. 우리나라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나라 가운데 29위에요. 그런데도 과도한 분배주의 정책을 쓰고 있다는 잘못된 시각을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오히려 언론이 바로잡아줘야죠.

김용하=언론이나 교육의 문제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국민들은 국가에 높은 복지를 요구하면서 필요한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려 하죠.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합니다. 복지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이고, 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이제까지 단순히 복지투자를 높이라고만 이야기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공부조와 사회보험의 중간적 개념의 틀이 만들어져야 해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조세에서 재원을 확보하고 자산조사를 해 급여를 지급하죠. 사회보험은 보험료 등 자기기여를 원칙으로 하고 급여는 자산조사 없이 지급합니다. 그런데 저소득 자영자와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보험료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여기에 엄청난 사각지대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재원은 보험료가 아니라 조세에서 마련하고 지급은 특별한 경우를 빼곤 소득이나 재산 조사 없이 노령, 질병, 장애 등이 발생했을 때 주자는 겁니다. 그러면 광범위한 보장이 되니까 기초생활보장은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게 될 거예요.

김미곤=빈곤 문제를 이야기할 때 ‘색즉시공’이란 불교 용어를 떠올립니다. 당신과 내가 결국은 같다는 거죠. 서구식 표현으로 하면 사회연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의식을 바꾸려면 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죠. 그런데 교수님이 고민하시는 그 패러다임이 뭔지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절대빈곤률이란 개별가구의 소득이 국가가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인 인구비율을 뜻한다. 상대빈곤률은 개별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인구비율이다. 통계청 <가구소비실태조사>와 <도시가계조사>를 원자료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연구위원이 가공한 자료이다.

김용하=노후소득보장을 예들 들면, 국민연금을 2층 구조로 나눠 기초연금은 65살 이상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생계를 보장하도록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더 여유로운 노후를 원하는 사람들이 보험료를 적립해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질병치료와 관련해서는 지금은 건강보험제와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급여제로 이원화돼 있는데 이를 통합하는 겁니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고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은 소득수준과 관계 없이 무료로 치료해 줘야죠. 또 경증 치료를 위해선 보험료를 부담하되 자기부담비율을 높이는 겁니다. 물론, 저소득층일 경우에는 본인부담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겠죠.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회보장을 위한 목적세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습니다. 그런 틀만 있다면 만약 40살에 실업자가 된다 하더라도 두려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자녀 교육과 부모님 부양, 질병 걱정이 가장 클 텐데 이걸 사회적으로 해결한다면 실업에 따른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줄겠죠. 이렇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져도 사회는 더 안정될 수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확대한다 해도 많아 봐야 국민의 6%밖에 보장해주지 못해요.

김용하/ 최저생계비 못미치는 소득 보전 예산 몇배 더 들어 실시 힘들어
김미곤/ 소득 숨기는 게 되레 이익 되는 한 근로소득공제 급여체계 바꿔야

김미곤=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보장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초기단계의 사회보장세는 유흥 등 사회적으로 불건전한 소비행태에 간접세를 부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김 교수님 논지는 사회보장세를 바탕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마련하되, 사후적인 빈곤대책보다는 사전적인 대책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빈곤의 문제는 사회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해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따라서 어떤 형태든 빈곤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부조제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 외국의 공공부조제도는 개별가구의 소득이 국가가 정책적으로 설정한 최저생계비보다 적을 때 수급자로 선정합니다. 선정된 가구에게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분을 채워주는 보충급여를 하고 있죠. 채워주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나 일하지 않는 사람이나 쓸 수 있는 돈이 같아지고, 이는 일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의 하나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저소득층이 번 돈에 국가가 일정비율의 금전적 이익을 얹어주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도입방안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습니다.

김용하=저는 노동 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틀에서 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게 중요한데 현재 같이 기초생활보장제 아래서 조건부 수급자 행태로 있어서는 탈빈곤 하기 어렵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를 관리하는 복지부에도 자활후견기관이라든지 탈빈곤을 위한 조직이 있지만 성과가 잘 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경우는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고용보험제도와 같은 틀에서 다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는 최소한 6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으니까 우리나라 같이 자영업자나 청년실업이 많은 상태에서는 고용보험은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차원의 취업부조제도가 필요하다는 거죠. 보험료 부담을 하지 않더라도 고용보험과 유사한 고용관련 서비스는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노후소득보장, 의료보장, 교육보장과 함께 취업부조가 있으면,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겐 최저생계비를 지금처럼 보장할 필요가 없죠. 국가는 재고용을 위한 서비스와 최저생존에 필요한 먹고 살 것만 해결해주면 되는 겁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면서 노동 의욕을 높여라. 김 연구위원은 어려운 방정식을 풀고 있었다. 그는 최저생계비와 소득의 차액만 주는 지금의 방식을 바꿔 일할수록 더 주자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인 삶의 요소를 사회재로 만든다면 노동능력이 있는 빈곤층엔 최저생계비의 약 절반수준인 절대생계비만 줘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곤=과거에는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게으름에서 찾았죠. 그런데 아이엠에프를 겪으며 우리는 빈곤의 원인엔 사회구조적인 것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일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어요. 빈곤이 개인 책임이 아니라면 근로능력자에게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최저생존비를 지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탈빈곤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죠. 인적자본을 늘려주는 방향과 물적자본을 축적시켜주는 겁니다. 그런데 노동 가능하면서 빈곤한 사람들에게 적게 주자는 건 물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겁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고 소득신고 잘 하는 사람이 급여를 더 받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용하=수급자가 일을 열심히 해서 소득이 발생하면 그만큼 급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이익을 줘서 근로동기를 유발해야 한다는 방향엔 찬성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봤을 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우선 소득파악이 어렵습니다. 지하 경제도 상당히 크고 비정규직이 많죠. 이들은 고용도 불안하고 소득도 음성적입니다. 지금은 소득을 신고하면 신고하는 만큼 급여가 감소하는데 소득공제를 50% 해준다고 한들 신고를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하죠.

김용하/ 농어촌과 대도시 생활비 큰 차이
최저생계비 현실화해야
김미곤/ 빈부격차 확대·중산층 몰락
상대적 빈곤문제도 고민할때

김미곤=현행 근로소득공제 방식으로는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숨기는 게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지요. 그러니까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보장 수급자가 소득신고를 최저생계비의 반 이하로 신고할 경우 자활사업에 참여토록하고, 반 이상일 땐 더 많은 소득신고를 하는 경우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체계를 도입해야죠. 소득을 숨기는 것보다 밝히는 게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이 제도가 도입이 되면 소득 파악의 투명성도 확보될 겁니다.



김용하=저소득층의 소득 파악이 거의 사회복지 전문요원의 주권적 판단으로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본인 스스로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는 걸 기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소득이 부정확하고 불규칙한 것일 수밖에 없죠. 비정규직이면 지난달에 100만원 벌었다고 이번달에 100만원 수입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근로소득보전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듭니다. 미국에서 이 제도를 실시해 예산이 몇배가 더 증가하였다는 연구보고도 있어요. 그러니 빈곤선 이하 계층 일 땐 급여 이외에 개인적인 노력으로 더 벌어들인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눈 감자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노동 동기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득을 파악해 급여를 안 주려고 하니 더 감추려고 하고, 소득이 노출돼 급여를 못 받느니 일 안하겠다는 상황이 나오는 겁니다.

김미곤=근로 동기라는 측면에선 정액급여가 바람직하죠. 그런데 기초보장제도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최저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저생계비가 100만원이라고 하고 50만원을 정액급여했다고 가정하면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은 최저생활이 안된다는 거죠. 또 소득이 50만원 이상이면 차상위계층보다 소득이 많아집니다. 소득역전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보충급여를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지금 시스템은 소득의 입증책임이 읍면동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수급자와 전담공무원의 마찰도 생기죠. 그러니까 수급자는 최저생계비 반 이상을 번 경우부터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되,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급여가 많아지도록 하고, 차상위계층에겐 근로소득보전제도처럼 소득이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이익을 보태줘야 소득이 늘면 실제로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용하=근로소득보전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근로소득의 일정 비율을 더 주는 소득공제제도를 일부 실시했는데 성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실제 실험에서 성과가 없는 제도를 더 확대하면 정책적으로 실패할 위험이 높죠.

김미곤=그래서 급여체계를 바꾸자는 겁니다. 보충급여 아래에서 소득을 숨기는 게 더 이익이 되는 근로소득공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김용하=최저생계비도 제도적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2005년도 최저생계비 액수가 발표됐는데 여전히 농어촌과 대도시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요. 농어촌과 대도시는 생활비가 실제로 크게 다른데도 불구하구요. 또 가구 규모별로만 보더라도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생계급여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반면에 3인, 4인, 5인가구는 급여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아요. 최저생계비를 현실적으로 바꿔야죠.

김미곤=지역별 최저생계비 차이를 기초보장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든다면 대도시 월세 거주 가구에 대해서는 월세지출비는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든지요.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차이는 가구균등화지수 문제인데, 앞으로 3년동안 점진적으로 개선하기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의결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건 절대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상대빈곤의 문제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현재의 빈부격차 확대, 중산층 몰락, 근로빈곤층의 급증 등도 상대빈곤의 문제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죠.

김용하=사회적 위험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저성장의 틀 안에서 혼란만 커질 겁니다. 장기적 흐름을 볼 때, 성장률의 저하는 불가피해요. 이제는 국가 사회적으로 비효율성을 없애고 주어진 자원 안에서 모두가 조화롭게 번영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해요. 선진국으로 도약을 위해서는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외에도 사회자본이 튼튼해야 합니다. 갈등요소를 줄이고 신뢰의 공동사회가 될 수 있는 바탕인 새로운 사회보장의 틀이 필요한 거죠.

정리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초생활제도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를 인정해 2000년 도입한 제도로 현재 수급자는 140만명정도다. 그전까지 노동 능력이 없는 빈곤층에만 시혜차원에서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데서 벗어나 국가가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자립·자활까지 적극적으로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가족의 소득 합계가 최저생계비 이하면 근로능력 유무에 관계없이 수급 대상이 된다. 다만 18살 이상 64살 이하의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활사업에 참가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급받는 `조건부 수급자'가 된다. 이 가운데 취업이 가능한 사람은 직업훈련과 구직활동을 해야 하고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은 자활공동체사업, 자활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최저생계비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매년 소득·지출수준,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 객관적인 지표를 고려해 결정한다. 총급여액은 최저생계비에서 가구의 소득인정액과 다른 지원액을 뺀 나머지다.

가구원 소득의 합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어도 재산이 기준보다 많거나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제한 규정 때문에 빈곤층인데도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고, 지난해 11월 참여연대는 수급권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는 내용의 입법청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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