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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9:21 수정 : 2005.01.12 19:21

2005년 우리 사회의 화두라면, ‘경제 살리기!’라고 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제난 극복이 최대 현안이므로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충실한 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던지는 화두는 포괄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경제 살리기’라고 하면 새해의 화두로서 충분치 못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 살리기’라고 해야 적합하리라고 본다. 다른 말로 ‘상생의 성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상생의 성장’은 우선 국정 최고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제시됐다. 노 대통령은 사회 양극화 해소가 시급한 과제라며 ‘동반 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정규직은 비정규직 쪽에, 수도권은 지방에, 중산층 이상은 서민층에 용기를 북돋우고 손을 잡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생과 연대의 정신을 강조했다.

1월6일 발표된 사회 원로와 각계 대표 165명의 ‘2005 희망제안’도 ‘상생의 성장’ 메시지를 담았다. 사람 중심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고용과 성장이 함께 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또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사회협약을 만들어 국민적 역량을 모으자고 했다. 이 제안에는 보기 드물게 진보·보수 인사들이 함께 참여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며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그럼 상생의 성장은 어떻게 해야 이룰 수 있는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단순한 구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우선 힘이 있거나 기득권을 가진 쪽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솔선해서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을 도와야 한다. 경영 여건이 다소 어려워졌다고 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를 깎고 자금결제를 미루는 식으로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오히려 기술지원을 해서 중소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결국 대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그것이 바로 상생의 경영이 될 것이다. 노동의 이중구조 문제에도 상생적 접근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협조와 양보가 필요하다. 비정규직과 회사 사이의 문제라고 외면하는 한 비정규직 문제의 개선은 어려워진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를 좁혀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은 우리 사회 주요 과제의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수도권이 양보해야 한다. 나라 전체의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의 서민층에 대한 배려 또한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기 위한 복지재원의 확충을 위해서는 중산층 이상, 특히 부유층에서 세금 부담 늘리기에 흔쾌히 따라줘야 한다.

말이 그렇지 힘있는 쪽의 양보를 끌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상생의 성장에 대한 공감대를 범국가적 차원으로 넓혀 가진 쪽이 양보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여러 세력들의 이해조정 구실을 맡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애써야 한다. 시민사회도 적극 참여해야 하며, 언론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 대립관계인 노사관계의 개선은 상생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 만큼 쉽게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적 협약 차원으로 수준을 높이는 것이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조정자 또는 중재자라 할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초 노사정 타협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려다 준비부족으로 용두사미로 끝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사회 양극화의 심각성과 일자리 만들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서로 불신의 시선을 쉬 거두려 하지 않는다. 벌써부터 서로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 탐색전을 벌이기도 한다. 사회협약의 체결까지 이르는 데는 갈길이 매우 험난할 것임을 보여준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끈기있는 접근이 절실하다.

윤후상 논설위원hoos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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