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6 19:20
수정 : 2018.11.17 10:02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청운의 꿈’을 이루고자 집중하며 공부하는 거처를 지칭하던 ‘고시원’이 이제 좁고 허름하고 열악한 최빈곤층의 숙소로 전락했다. 그곳에서 화재(9일 새벽 서울시 종로구 국일고시원)가 났다. 대피로를 찾을 수 없어 비좁은 통로에서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 복도의 아비규환이 이승에서 자신의 마지막이 되리라고 생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고시원마저 갈 돈이 없는 사람들은 거리 곳곳 차가운 아스팔트와 공원 언저리, 지하 통로 기둥 사이에서 노숙을 한다. 밤은 길고 혹독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다. 고시원이라도 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도시의 깊은 밤, 알량한 종이 박스에 몸을 누인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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