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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0 17:34 수정 : 2005.02.10 17:34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삼아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게 있다. 그 해의 운세풀이다. 직접 ‘철학관’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세시풍속처럼 전해져 오는 토정비결이 훨씬 더 친숙하다. 이번 설에도 심심풀이 삼아 토정비결을 본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토정비결의 운세풀이는 희망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서민들에게 토정비결은 단순한 운세풀이 이상이었던 셈이다.

물론 현실세계의 삶은 토정비결의 틀에 끼워맞추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로 얽혀 있다. 그런데도 개개인이 속한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시대적 흐름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는 그 중 하나다. 2020년 4995만명을 정점으로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추론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구호의 기억이 뚜렷한 세대에겐 충격이다. 주범은 아기를 적게 낳는 흐름이다. 지난 30년 사이에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기 수는 3.47명에서 1.19명으로 줄었다. 2명이 만나 1.2명을 생산하고 있으니 인구감소는 예고됐던 셈이다.

저출산은 수명의 연장과 어우러지면서 사회의 고령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같은 기간 평균수명은 24살이 늘어 78살이 됐다. 고령화는 경제 활력을 약화하고, 이는 정부와 가정의 부담을 늘려 출산을 더욱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계청 추정을 보면, 불과 15년 뒤에 우리는 큰 인구학적 변동을 겪는다. “인구 100명 가운데 15살 미만 어린이는 19명에서 13명으로 줄고, 65살 이상 노인은 9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난다. 유년과 노인의 인구 역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머지 71명의 생산가능 인구에서 3명 중 1명은 50살을 넘긴 준고령자다.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살 인구는 200여만명이나 줄고, 평균수명은 드디어 80살을 넘어서 81살에 이른다.”

이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5년부터 9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의 수는 900여만명이나 된다. 63년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가 태어났을 때 이 나라 인구 3명 중 1명이 이들이었다. 올해는 그 세대의 선두주자가 만 50살이 되는 해다.

그리고 이들이 노인 인구에 편입되는 2020년을 정점으로 한국은 인구 감소국으로 변신한다. 그 6년 뒤에는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나라가 된다. 60년대의 초등학교 2부제 수업, 70년대의 방위병제도, 80년대의 200만 가구 건설 등 시대마다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그들이 이제 또하나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서서히 은퇴의 길에 들어서는 그들 앞엔 아직도 30여년의 기나긴 삶이 있다. 하지만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줄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전통적 노후대책인 정년 보장과 부모 봉양은 이제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시대다. 국민연금은 이미 자녀 세대와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아무도 확실한 해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불안하고 불투명한 인구감소 시대에 맞서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명료하다. 가능한 대안들을 찾아내 즉각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노인과 여성인력의 활용, 외국인 노동력 수용, 출산 장려, 연금문제에 대한 세대간 타협, 노동력의 질적 향상 등 서둘러 실행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팽창 일변도의 세계에 젖어 있는 가치관에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암울한 미래예측을 오류로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 건네줄 새로운 ‘희망의 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각 부문에서 ‘이끄는 자’의 처지가 된 베이비붐 세대다.


설 연휴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던져지는 과제가 무겁기 짝이 없다. 곽노필 경제부 차장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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