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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8 18:10 수정 : 2019.11.29 02:37

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찰스 다윈이라면 누구라도 진화론을 떠올린다. 교양인이라면 ‘자연 선택’과 ‘생존 경쟁’의 원리에 따라 생명체가 분화되고 종의 다양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생명의 기원과 분포에 관련된 학설이기에 종교계와의 갈등도 피할 수 없는 문제였고, <종의 기원>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진화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 다윈 스스로 명확하게 해결할 수 없던 부분이 있어 다양한 종류의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이루어진 유전학적, 지구과학적 발견에 힘입어 다윈의 이론은 전반적으로 정설로 굳어졌다.

사상사의 맥락에서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 입문>에서 했던 언급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그는 인류가 과학에 의해 순진한 자기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두 가지 사례를 밝힌다. 첫째는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지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우주 체계 속에서 그 중심이 아니라 단 한 점에 불과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윈에 의해 인간이 신의 가호를 받고 창조된 특별한 피조물이 아니라 “동물 세계의 후손으로 격하되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자신의 발견이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의 업적에 버금가거나 넘어선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 프로이트의 주장마저도 독일 과학자 에밀 뒤부아 레몽에게서 얻은 통찰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의 목적은 그 진위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중요하게 거론되는 다윈이지만 정말로 그의 대표작인 <종의 기원>을 사람들이 읽었을까 하는 단순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다. 얼마 전 출간된 <종의 기원 톺아보기>는 그런 문제점에서 시작되었다. 생물학 전공자가 평생을 바쳐 다윈을 연구하며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번역본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 세심한 역주와 용어 설명을 곁들여 펴낸 책이다. 책 자체에 대한 총괄적인 설명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출발점으로서는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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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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