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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19:02 수정 : 2019.11.26 02:09

도파민은 쾌락, 욕망, 동기 부여, 감정, 운동 조절 등에 작용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60년 전 도파민의 기능을 규명한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 박사는 도파민 생성 세포의 손상이 파킨슨병으로 진전하는 과정과 치료법을 밝혀내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도파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끊임없이 더 많은 쾌락과 자극을 추구하는 특징으로 병리적 현상을 유발한다.

디지털 서비스는 이용자 만족과 사용시간 확대를 향해 끊임없이 서비스 개선을 추구해왔다. 서비스 기업은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방대하고 정교한 데이터를 통해 효과적인 심리적 공략 방법을 쓰고 있다. 몰입적 사용을 넘어 중독 현상의 배경이다. 페이스북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2017년 페이스북을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피드백 순환고리”라며 사회 작동 방식을 파괴하는 도구라고 고백한 바 있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인 숀 파커도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공략해 성공을 일구고 있다”고 비판했다.

먹방, 여행, 셀카, 소셜미디어, 게임처럼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하는 도파민 지향 문화에서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도파민 단식’이 등장했다. 디지털 기기만이 아니라, 뇌에 쾌락과 감각적 만족을 제공하는 도파민 자극 활동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는 정신건강 처방이다. ‘도파민 단식’을 하는 사람은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실내에서 어슬렁거리는 산책, 집중하지 않는 가벼운 독서 등으로 소일하며 가능한 한 모든 감각적 자극을 최소화하는 시간을 보낸다.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도파민 단식을 예찬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주기적으로 도파민 단식을 실천한다.

미국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최근 소셜미디어 중독 감소기술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사용자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한 심리기술을 쓰지 못하게 하고, 지나치게 긴 시간 접속을 예방하는 기능을 탑재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무한 스크롤, 비디오 자동 재생, ‘파워 유저’ 같은 보상 스티커 발급 기능 등을 금지하는 방법이다. 이용자의 심리적 취약점을 파악하고 도파민 자극 극대화를 추구해온 기술기업들에 대해 이용자 차원의 각성과 성찰, 감시 요구가 비로소 움트고 있는 상황이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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