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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2 17:52 수정 : 2019.10.23 13:38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

2019년 10월16일, 미국 법무부 경찰청에서는 ‘다크웹’의 아동 대상 성범죄 영상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에 대한 32개국 수사공조 결과를 중간발표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총 337명 중 223명이 한국인 남성이고,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23살의 한국 남성이다.

사건의 심각성을 환기하기 위해 몇가지 관련 사실들을 언급한다. 이 사이트의 대문에는 “성인 포르노는 올리지 말라”(Do not upload adultporn)는 공지가 떠 있었다. 업로드돼 있는 동영상 데이터의 용량만 8테라바이트이다. 사용자들을 위한 카테고리 키워드는 ‘toddlers’나 ‘infants’ 등이 있었다. 영유아 수준의 아이들까지도 이 범죄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영상 중 40%가 오직 이 사이트에서만 발견됐으므로 영상 유포 수준을 넘어 제작 차원에서도 범죄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 영상에 나온 아동 중 23명이 학대 상황에서 구조되었고 여전히 많은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담당 경찰이 뉴스에 직접 출연해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다크웹에서 가장 안전한 결제수단으로 알려진 비트코인으로 결제했다고 해도, 이용자들은 결코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새삼스럽게 강조하자면, 아동 대상 성범죄 영상인 아동포르노의 경우 외국에서는 단순히 소지한 것만으로도 중형을 받는다. 해당 사이트에서 영상을 내려받은 이용자 중 미국인과 영국인들은 최소 5년 이상의 형을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인 사이트 운영자는 어떻게 됐을까. 외신 기사에 이름과 나이가 모두 공개된 23살의 손아무개는 1심에서 나이가 어리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항소심에서 ‘그나마’ 형량이 높아져 1년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그가 처음 사이트를 오픈했을 때의 나이는 19살이었는데, ‘아동포르노’가 더 돈이 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사업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보호법을 검색한 흔적(아청법)도 남아 있었다.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3년 이상 범죄행위를 이어간 이유는 간단하다. 이게 돈이 되기 때문이고 법은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다. 그는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의 죄를 한국에서 다시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문 사이트를 만들어 미국에서 접속하도록 했으므로 미국 법에 의해 아동포르노 광고 혐의 등으로 처벌받는 길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니 미국 경찰이 손씨가 출소하자마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고, 한국 경찰은 조속히 응해주길 바란다.

한국은 희망이 없다고 쓸 뻔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 그렇다면 법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나는 현재 한국 사회가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처벌하는 아동 성학대 영상물에 대해서조차 수치심보다는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통용되는 곳이라는 점을 매일매일 인터넷 댓글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에게 새삼스럽게 수치심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건 돈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되는 수익의 몇십 몇백배에 달하는 추징금과 배상금을 물려서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려다가 파산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만 재범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웬만하면 국제공조를 해서 그냥 해외로 보내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쟁점인 ‘이미지 기반 성착취’의 문제 같은 것은 논의 선상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국 <비비시>(BBC) 보도에 따르면 딥페이크 포르노의 25%가 케이팝 여자 가수의 얼굴이었다. 다크웹과 비트코인을 이용해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만들어 일확천금을 노린 국제적인 범죄자에게 고작 1년6개월 형이라는, 국제사회 기준으로는 턱없이 낮은 형량을 내리는 나라의 국회에선 아동청소년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미지 기반 성착취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과 성 관련 이슈를 연결시켜 띄우는 데 가장 성공한 사람은 아마 이용주 의원인 듯하다. 이용주 의원은 ‘리얼돌’을 가져와 자신의 옆에 앉혀놓고 국내 업체들의 기술개발을 독려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책사업으로 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 끝내주는 나라 아닌가. 웰컴 투 코리아. 고 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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