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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9 17:44 수정 : 2019.09.19 19:28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한 이후 자영업 현장을 자주 방문했다. 처음 찾았던 한 은행의 소호사관학교는 배움의 열기가 뜨거웠고, 지방 소재 대학 근처의 작은 미용실은 은행의 컨설팅을 받아 내부 단장이 한창이었다. 한 지방은행은 50여년 전 창립 당시의 본점 건물을 포용금융센터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노력에도 국내 자영업은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로 국내 자영업자의 생존율은 창업 이후 1년까지 70%, 5년까지는 30%를 넘지 못한다. 취업난과 조기 퇴직, 노후 대비 부족 등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전통 서비스업 창업에 나서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유사 업종 안에서 지나친 경쟁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유통·인구 구조의 변화로 전통 서비스업 수요가 줄어드는데다 평균 창업 준비 기간이 6개월도 안 된다는 점도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다.

비록 지금 어려운 상황이나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서 자영업 경쟁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선 개방형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는 예기치 못한 대외여건 변화에 대비해 내수라는 버팀목이 필요하다. 자영업은 내수 활성화의 기본이므로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공급역량 확충은 내수 창출 또는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 수단이 될 수 있다. 둘째, 자영업 경쟁력 강화는 그 자체로 취업률 제고에 기여한다. 그뿐 아니라 건전한 자영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임금 근로자들의 원활한 퇴직 및 이직을 도와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 또한 높은 상황에서 이들의 경쟁력 강화는 궁극적으로 포용금융 구현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자영업의 경쟁력 강화는 자영업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금융권 및 감독당국 등의 공동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선 금융회사는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업장 운영, 마케팅, 세무관리 등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거나 상권 분석, 수요 창출, 업종 전환 등에 대해서도 전문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와 자영업자 사이에 관계형 금융이 형성되고 경영의 질적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 은행이 자영업자가 정책금융제도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구축하고 멘토링스쿨을 통해 창업자에게 경영노하우를 전수한 것이 좋은 예다. 자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교육과 정보 활용 등을 통한 좀 더 철저한 준비, 무분별한 진입 억제, 업종 전환 등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고 사업 정리 후 취업 등 퇴로의 확보 또한 대안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자영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은행의 대출 신용평가시스템이 좀 더 자영업 특성을 잘 반영하도록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 상태와 담보 위주 관행에서 벗어나, 잠재력과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도록 여신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또한 어려움에 부닥친 자영업자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응급상담체계를 만들고, 은행의 자영업 컨설팅센터들과 함께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찾아가는 자영업 경영컨설팅’도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 정리에 대비해 자영업자 파산보험 도입이 필요하고, 실업급여를 높이거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공적 부문의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자영업이 개인의 생계 수단을 넘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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