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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8 16:49 수정 : 2019.09.18 19:17

방귀희
사단법인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매일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듯 퍼부어대는 정치인들의 막말 속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있다. 장애인계에서 사과를 요구하면 성의 없는 유감 표시만 하고 지나간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아 경고를 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장애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어폭력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지난여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끓게 했던 아파트 장애인주차구역 문제로 발생한 ‘장애인씨! 장애인이 이 세상 사는 데 특권입니까?’로 시작하는 대자보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애인지 감수성이 위험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혐오스러운 집단으로 보는 등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왜곡되어 있어서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미국의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인류의 불행은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로 생산, 확대되고 있다고 하며 그 이유를 투사적 혐오라고 진단하였는데 장애인 차별의 원인도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방어기제가 장애인에게 투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속성이 아니라 관계 언어여서 차별의 원인은 없고 그저 관습으로 생긴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생긴 표현이다. 이런 차별은 인식 개선으로 사라질 수 있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기에 잘못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세미나에서 발표할 장애인지 감수성에 대한 소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초점집단면접조사(FGI)를 실시했는데 정말 충격적인 사례가 많았다. 연립주택 아래층에 사는 청각장애인 세입자가 위층에 사는 주인에게 비가 새어 천장에 곰팡이가 생겨서 냄새가 나니 수리를 해달라고 하자 주인이 하는 말이 ‘청각장애인도 냄새를 맡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장애는 신체 한 부분에 생긴 어려움인데 사람들은 장애인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장애인을 동등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장애인지 감수성을 갖기 위하여 세가지 방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장애인 문제를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 형성으로 해결하는 문화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인간의 심리적 생활자세 가운데 하나인 자기긍정-타인긍정으로 상대를 수용하는 긍정의 표현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와 타인 모두가 알고 있는 개방된 영역을 늘리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제안을 실시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과 전략적인 홍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4대 법정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강사 양성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강사만 있다고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실시할 것인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소구력 있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장애인 복지 예산의 30%가 홍보사업비라고 한다. 그래야 장애인에 대한 투사적 혐오가 사라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장애인 복지 예산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으로 책정하는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정치인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면 퇴출되고 거리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투사적 혐오로 장애인에게 갑질하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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