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지난 한달여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과정은 동시대 한국 민주정치의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주었고, 한국 사회는 ‘모두가 정치표현을 하는’ 현실을 확인했다. 역대 어떤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도 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다수의 행위자들이 등장했던 사건이라 특별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양상은 지속될 것 같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모두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로워질수록 이견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견을 대하는 규범이 확립되어야만 ‘사회적 전쟁 상태’가 아니라 이견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이견을 대하는 방법은 법규와 제도에 따라야 한다. 지난 한달 원내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각자 선 입장에서 제도적 절차에 따라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정당별로 찬반 의견을 밝혔고 청문회에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이제 대통령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고, 국회에서 이견을 다루는 방법은 다른 제도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임명에 반대했던 정당과 의원들 중 일부는 여전히 대통령의 선택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라는 제도적 의무를 이행하면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적용을 제안할 수 있다. 혹은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이 사안이 국정조사나 해임건의안 제출에 해당하는 사안인가에 대한 판단은 시민들이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장외투쟁 등으로 그들에게 위임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유권자와 계약 관계인 선출직 공직자에게 주어진 제도적 선택지가 아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검찰은 유례가 없는 청문기간 압수수색과 기소로 분명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청와대와의 이견을 공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청와대, 법무부 장관, 검찰 사이에 드러난 이견이 갑자기 사라질 리 없다.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들 사이의 이견 역시 각자에게 허용된 제도적 권한과 절차에 따라 다루어져야 한다. 나의 목표가 옳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해서라도 관철시켜야 한다는 선택이 있어서는 안 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은 모두 행정부 소속이며 이를 통할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시민들이 납득 가능한 제도적 규범과 절차에 따라 이견을 다룰 수 있는가 여부가 시민적 판단의 토대가 될 것이다. 지난 한달, 언론 특히 기관언론은 주목을 받았다. 사설이나 칼럼, 방송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찬반 의견을 공공연히 표명했다. 한편에서는 언론의 ‘정파적’ 태도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이미 현실에서 언론사는 분명한 정치행위자다. 언론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판단을 갖는다면 보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언론사가 중립적인 외양을 띠고 특정 방향의 보도를 생산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판단을 공개하고 정직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낫다. 문제는 언론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보도윤리다. 어떤 의견을 갖든 사실관계 확인에 충실해야 하고, 사실관계에 어긋난 보도를 했을 때 스스로 정정해야 하고, 언론사의 특정한 판단이 보도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 강한 정치표현을 하는 시민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집단적으로 서명을 하고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와 댓글 캠페인을 한다. 이미 이런 표현은 광화문, 금남로, 서면에서 대중집회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만큼이나 익숙하다. 표현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이견을 억압하는 것은 문제다. 이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온라인 집단행동으로 위협하는 것은, 오프라인 집회 참가자들이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을 위협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되 이견에 대해서는 관대해지자. 그것이 5천만의 이견들이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택한 민주주의의 방법이다.
칼럼 |
[공감세상] 이견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 서복경 |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지난 한달여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과정은 동시대 한국 민주정치의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주었고, 한국 사회는 ‘모두가 정치표현을 하는’ 현실을 확인했다. 역대 어떤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도 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다수의 행위자들이 등장했던 사건이라 특별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양상은 지속될 것 같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모두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로워질수록 이견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견을 대하는 규범이 확립되어야만 ‘사회적 전쟁 상태’가 아니라 이견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이견을 대하는 방법은 법규와 제도에 따라야 한다. 지난 한달 원내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각자 선 입장에서 제도적 절차에 따라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정당별로 찬반 의견을 밝혔고 청문회에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이제 대통령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고, 국회에서 이견을 다루는 방법은 다른 제도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임명에 반대했던 정당과 의원들 중 일부는 여전히 대통령의 선택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라는 제도적 의무를 이행하면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적용을 제안할 수 있다. 혹은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이 사안이 국정조사나 해임건의안 제출에 해당하는 사안인가에 대한 판단은 시민들이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장외투쟁 등으로 그들에게 위임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유권자와 계약 관계인 선출직 공직자에게 주어진 제도적 선택지가 아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검찰은 유례가 없는 청문기간 압수수색과 기소로 분명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청와대와의 이견을 공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청와대, 법무부 장관, 검찰 사이에 드러난 이견이 갑자기 사라질 리 없다.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들 사이의 이견 역시 각자에게 허용된 제도적 권한과 절차에 따라 다루어져야 한다. 나의 목표가 옳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해서라도 관철시켜야 한다는 선택이 있어서는 안 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은 모두 행정부 소속이며 이를 통할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시민들이 납득 가능한 제도적 규범과 절차에 따라 이견을 다룰 수 있는가 여부가 시민적 판단의 토대가 될 것이다. 지난 한달, 언론 특히 기관언론은 주목을 받았다. 사설이나 칼럼, 방송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찬반 의견을 공공연히 표명했다. 한편에서는 언론의 ‘정파적’ 태도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이미 현실에서 언론사는 분명한 정치행위자다. 언론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판단을 갖는다면 보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언론사가 중립적인 외양을 띠고 특정 방향의 보도를 생산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판단을 공개하고 정직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낫다. 문제는 언론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보도윤리다. 어떤 의견을 갖든 사실관계 확인에 충실해야 하고, 사실관계에 어긋난 보도를 했을 때 스스로 정정해야 하고, 언론사의 특정한 판단이 보도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 강한 정치표현을 하는 시민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집단적으로 서명을 하고 포털에 실시간 검색어와 댓글 캠페인을 한다. 이미 이런 표현은 광화문, 금남로, 서면에서 대중집회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만큼이나 익숙하다. 표현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이견을 억압하는 것은 문제다. 이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온라인 집단행동으로 위협하는 것은, 오프라인 집회 참가자들이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을 위협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되 이견에 대해서는 관대해지자. 그것이 5천만의 이견들이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택한 민주주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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