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4 18:07
수정 : 2019.09.05 12:56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약을 먹지 말라는 약사 선생님, 임플란트를 하지 말라는 치과의사 선생님, 시술하지 말라고 말하는 피부과 의사 선생님. 조금은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언어들의 조합이다. 아마 많은 사람은 경험해보지 못한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함부로’라는 수식어가 사이에 꼭 덧붙여져야겠지만 말이다.
최근 유튜브에는 이처럼 솔직함을 내세운 전문가 집단의 채널이 눈에 띄게 생겨나고 있다. 앞서 말한 직업군뿐만 아니라 변호사, 교사 등 전·현직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한 정보성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공간 속에서 전문가들은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비추천하는 약의 종류를 알려주기도 하고, 자칫 속기 쉬운 금융 정보를 올바르게 지적해주기도 한다. 특별히 화려한 편집 기술이나 번듯한 연출이 더해지지 않는데도 꽤 높은 조회수와 반응을 기록한다. 핵심적인 정보를 간결하고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은 왜 유튜브 시장에 진출하게 됐을까? 최근 많이 회자되는 주제인 ‘유튜버의 고수익’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리 ‘요즘은 전문직도 어렵다더라’는 이야기가 뉴스에 나온다고 한들, 그들에게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은 큰 의미로 보여지진 않는다. 이는 해당 콘텐츠들의 광고 수익 설정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 수익 창출 설정을 해두지 않거나, 하더라도 매우 적은 수준으로 광고를 설정해 오히려 댓글 창의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좋은 정보를 알려줬는데 광고 설정을 하지 않아서 내가 보탬이 될 수 없다. 광고를 달아달라’는 요청을 역으로 받는다. 이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유튜브 채널은 과거 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던 전문가 집단과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대부분 부업 혹은 취미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되면서도, 개인에 대한 브랜딩에 가치를 가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 정보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본인은 그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좋고, 전문가들은 브랜딩 효과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물론 분야에 따라 본업의 매출 상승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집안에 의사가 있어야 해’라든가 ‘집안에 법조인이 있어야 해’라는 상투적인 언어를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에 접근이 어렵던 기성세대의 사회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는 이런 의외의 지점에서도 등장한다. 인구당 전문직 종사자의 수가 점점 낮아지는 걸 넘어서서, 이제 유튜브는 방 안에 앉아서도 접근 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박일환 전 대법관이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을 통해 일반인도 알기 쉽게 일상 속 법률 상식을 설명해주어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은 것이 하나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의 유튜브 진출이 시청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 댓글 창에서 느껴진다. 정보형 동영상 콘텐츠를 선택하고 맨 하단의 댓글난을 살펴보면 그곳은 흡사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가까울 정도로 질문과 답변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궁금한 정보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댓글 공간에서만큼은 상담 소비자로, 전문가 유튜버는 이에 답변해주는 상담사로 열렬히 소통한다. 지식 정보에 대한 인프라 불균형을 극복하는 창구로서, 또한 새로운 지식 생태계로서의 플랫폼이 된 것이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전달이나, 개인의 견해에 기반한 정보가 내포하는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전문가 집단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을 통한 극복이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시청자 역시 정보를 습득하는 입장에서 올바른 정보 획득과 정제의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과 대중의 거리가 좁혀지는 공간으로서 자리하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의 재발견은 흥미롭다. 앞으로 어떤 전문가 집단이 유튜버로서 탄생할 수 있을지 오히려 기대되는 지점이다. 과거 포털사이트에 ‘지식인(iN)’이 있었다면, 이젠 동영상으로 활동하는 ‘유튜버 선생님’이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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