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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이 발표되면서 여러 논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주택공급의 양적·질적 위축, 로또 분양판 재연, 대기 수요로 인한 전세가 상승, 국민의 재산권 침해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몇 가지 점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는 ‘약’보다 ‘독’에 가까운 처방이다. 첫째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32주간 하락했는데, 최근에야 상승세로 전환했다. 주택가격이 급등해서 서민 주거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지만 강남 아파트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싹이 보이면 가차없이 자른다는 것이 정책 의도다. 주택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재산의 거의 전부이며, 이는 상한제의 주된 타깃인 재건축 단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철거에 들어간 정비사업 단지들에서 상한제로 인해 조합원들이 1억원 이상씩 손해 본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엄청난 충격을 주는 조치를 불과 한두 달의 가격동향을 가지고 결정하고 아무 경과규정도 두지 않는 것은 국민을 존중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잠재적 수혜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는 것도 아니다. 상한제 아래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최장 10년간 전매 제한에 묶이게 되고 법 개정을 통해 5년간 거주할 의무를 지게 될 예정이다. 당장 내일을 모르는 세상에서 10년 동안 이사 가야 하거나 목돈이 꼭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을 보장이 어디 있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매입해준다고 하지만 정기예금 이자율만 인정해주니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둘째로, 정부는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보다 약 3.7배 높았으며, 분양가 상승이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가져온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기존 주택과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자재, 평면, 공동시설, 입지 등이 모두 같지 않다면 이런 비교는 무의미하다. 새 아파트가 여러 측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높은 분양값에도 청약경쟁률이 높은 것을 상기해야 한다. 분양값이 “합리적 가격”이 아니었다면, 청약을 넣었던 국민들은 모두 바보였다는 말인가? 정부만 “합리적 가격”을 안다는 발상에는 무슨 근거가 있나? 분양가와 기존 주택 가격이 상승의 악순환을 이룬다는 주장도 주장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총 주택 수는 약 2천만호인데, 신규 분양의 비중은 1.5% 안팎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는 없다. 상식에 어긋나게 꼬리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일부 분석들은 거시경제와 주택경기의 변동, 주택 수급여건, 기타 요인들을 정밀하게 분리해내지 못한다. 일례로 과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에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 시기에는 주택수급이 안정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 소득과 고용이 불안했으며,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가 퍼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그 효과를 모두 상한제 덕이라고 할 수 없다. 셋째로, 분양가 상한제는 국민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 현재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이 모두 위축돼 경기가 부진하며,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 여건도 나쁘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경제성장에 48%나 기여했던 건설투자마저 위축시키는 것이 현명한가? 특히 중개업, 이사업, 인테리어업 등에 종사하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일당을 받아 생계를 꾸리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미칠 충격이 걱정된다. 넷째로,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정부보다 시장이 우수한 자원배분 기구이며, 불필요한 시장개입은 피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 이런 이기심의 총화가 공동의 선을 달성한다는 것이 20세기 인류 역사의 교훈이다.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등 여러 이유로 정부가 개입할 때에도 정책의 공과가 명확한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재건축은 오래된 자기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는 일이다. 정부가 지원할 일도 없고 남에게 피해 주는 바도 없으므로 정부가 개입할 당위성도 작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싼 값을 주고라도 새 아파트가 갖는 최신 설비와 자재, 커뮤니티 시설 등의 장점을 누리고 싶어 한다. 자동차나 옷이나 음식도 마찬가지지만 얼마를 주고 집을 사든 말든 남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좋은 집을 짓고 살겠다는 소비자들에게 “너희들이 틀렸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정부는 가산비 항목으로 최신 기술과 자재를 인정해주겠다고 하지만, 공무원들이 민간의 아이디어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이다. 항생제를 잘못 먹으면 ‘약’보다 ‘독’이 된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처방이 왜 필요한지도 모호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며, 취약해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면 이는 ‘독’이다. 무주택 서민에게 진정 필요한 정책은 내 집 마련을 쉽게 하는 일이다. 강남 재건축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완공된 새 아파트의 희소성을 높여 일종의 기득권을 만들어줄 뿐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재건축을 활성화해서 새 아파트의 가격상승 압력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정부의 목표는 내년 총선까지 강남 아파트 가격을 묶는 일이라는데, 경제문제를 정치화하는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진짜 고민을 하시길 바란다.
[이슈논쟁] 분양가 상한제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산정할 때 땅값에 일정한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게 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하는 규제 제도다. 참여정부 때 전면 도입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건설경기 부양을 이유로 민간택지 아파트는 제외했다. 최근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다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이런 방침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에 들어갔으며, 민간택지 확대 적용은 10월에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방안은 기존에 분양가 상한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쪽 모두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되는 불필요한 시장개입이라는 주장과 집값 정상화를 위해 전면적인 실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의 견해를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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