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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3 17:50 수정 : 2005.04.03 17:50

지난달 28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출산 억제기관에서 출산 장려기관으로 탈바꿈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저출산율로 인한 인구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요즘, 이 변화는 진작 이루어졌어야 하는 당연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산 장려를 위한 ‘1·2·3운동’의 표어를 본 순간, 쓴 웃음만 지어질 뿐이었다.

‘1·2·3운동’은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을 해서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현재 24살,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나는 이 출산장려 운동이 목표로 하는 바로 그 여성 중의 한 명이다. 이 운동 그대로라면 나는 적어도 3년 후 결혼을 한 뒤, 바로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 그것도 2명씩이나. 하지만 지금 현재 내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졸업 후 높은 실업률을 뚫어야 하는 치열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자녀를 가진 여성의 직장생활은 몇 배로 힘들다는 것, 그리고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경제적 지출이 요구된다는 현실이라는 것 또한 안다. 대부분의 20대 여성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결혼연령, 출산연령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운동을 진행하는 협회 관계자 또한 “30살 이전에 두명의 자녀를 출산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가능하면 젊은 나이에 결혼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도록 하는 홍보차원의 권장사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성을 잃어버린 운동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은 국민을 더 분노하게 할 뿐이다.

건강한 나이에 건강한 아이를 키우자라는 운동의 취지 자체는 좋다. 하지만 겉만 반지르르한, 국민을 설득할 수 없는 뻔한 운동은 그만하자. 대신 저출산율의 원인을 조금씩 감소시켜가는 현실적인 방안 한 개가 더욱 의미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추진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위한 종합지원센터 등의 각종 사업은 국민의 가려운 곳을 좀 더 정확히 긁어주길 바란다. 44년만에 출산장려기관으로의 변화인 만큼 현실적인 실천을 통해 환골탈태 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안수진/서울 광진구 구의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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