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4.01 17:30 수정 : 2005.04.01 17:30

서재정/미국 코넬대 교수

최근 독도 문제를 중심으로 한-일 관계가 출렁이는 것을 보며 미국을 생각한다.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의 말을 빌어 “어떻게 생각해봐도 일본 외교의 기축은 미-일 관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이 독도뿐만 아니라 쿠릴열도와 센카쿠섬 등 영토 문제에 전방위적으로 공세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미국의 ‘외압’ 없이 가능할 것이냐는 의구심 때문만도 아니다.

부시 정권이 출범하기 전인 2000년 10월 리차드 아미티지가 중심이 되어 작성한 한 보고서는 미-일 동맹을 ‘미국과 영국 간의 특별한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미티지를 비롯해서 폴 월포위츠, 제임스 켈리 등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 다수가 부시 행정부의 외교라인을 장악함으로써 이 보고서는 그대로 부시 행정부 대일 정책의 뼈대가 되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금지가 동맹간 협력의 제약이 되고 있다”며 “집단 자위권 금지를 제거하는 것은 보다 긴밀하고 효율적 안보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 ‘아미티지 보고서’가 독도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국제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이 보고서는 그 이유의 하나로 일본 젊은 세대 안에 대두하고 있다는 ‘안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실용주의’를 지적했다. 그 ‘실용주의’의 내용인 즉 “일본 대중이 국기와 국가를 공식화하고, 센카쿠섬과 같은 영토소유권에 집중하는 등 국가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새로운 존경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센카쿠섬 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영토 소유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주권에 대한 ‘새로운 존경심’이고 이러한 존경심은 ‘안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실용주의’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보고서가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상황 인식이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존경심’에 대한 부시 행정부 인사들의 이러한 존경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안보 이해와 연결되어 있다. 이는 <아미티지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계기가 1999년 3월 발표된 ‘북한에 대한 아미티지 보고서’였고 이 두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이 중복되고 있다는 데서도 나타난다. 1999년 보고서는 1994년에 체결된 제네바협약을 비판하고, 핵문제뿐만 아니라 미사일과 재래식 군사력, 경제 개혁까지 포괄적 해결책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외교적 협상과 군사적 대비를 동시적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공화당 외교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이의 속편으로 나온 것이 2000년 아미티지 보고서였던 것이다.

99년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북에 대한 군사적 대비를 강화해야 하며 △일본은 97년 채택한 방위 가이드라인 이행을 가속화하고 △미-일 동맹이 일본과 동북아의 안보뿐만 아니라 여타 지역의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탄력을 받고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도 역시 이러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94년 미국이 북에 대한 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여러 가지 면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95년부터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취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수행할 경우 일본은 후방기지로써 여러가지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체제도 재정비되어야 하고 실질적인 군사력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깨달은 것이다.


이후 일본은 95년 국방계획대강 및 주변사태법, 96년 미-일 신안보선언, 96년 전시지원 협정, 97년 방위 가이드라인 개정, 2001년 반테러특별조치법, 2003년 유사법제와 이라크부흥지원법 등 일련의 조치들을 취했다. 또 인도양에 보급함을 보냈고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등 자위대의 ‘지역안보’ 기여도 구체화했다.

이제는 영토에 대한 ‘존경심’을 현실화하는 단계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서재정/미국 코넬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