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30 19:21
수정 : 2005.03.30 19:21
게임 로딩. 스테이지 1. 파견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원청에서 직접 고용한 것으로 ‘의제’된다고 하던 법을 고쳐 ‘직접 고용해야 한다’로 바꾸고,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노동청에서 직접 고용으로 의제된다고 해도 꿈쩍 않던 당신, 이제 어느 길을 선택하는가. a. 과태료가 무서워 직접 고용을 한다. b. 과태료 잠깐 내고 계속 파견 근로자로 고용한다 (그리고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니 대충 쓰다가 자르면 된다)
스테이지 2. 특별한 이유 없이도 3년 범위 내에는 얼마든지 임시직 형태로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참고로 우리나라 중소기업 직원들의 한 직장 평균 재직 기간은 2.2년이다). 어느 회사에서 6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해 놓고, 마음에 안 드는 근로자들은 계약 기간 끝날 때마다 퇴직 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동안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기간 제한이 형식에 불과하다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으로 보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해 오던 재판장, 이제 어떤 판결을 내릴까. a. 종전 판결 태도를 유지하여 부당해고 법리를 적용. b. 입법자의 의도는 ‘3년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고용’인 것이 명백하니 그 범위 내에서는 계약 기간만 끝나면 그대로 고용관계 종료.
스테이지 3. 조합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협의를 통해 법안을 막아 보겠다고 협상 자리로 나온 노동조합의 지도부. 기껏 나왔더니 하는 소리라고는 “이제 모든 것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니 이 테이블에서는 다룰 수 없다” 뿐이고, 국회에서는 법안 내용에는 별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다른 정치적 거래 속에서 언제 통과하는지, 장난치고 있다. 당신이 고를 무기 아이템은. a. 일단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이니 어쩔 수 없고, 다른 사회적 협의 대상에만 전념하는 ‘계속 협상 플래너’. b.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고, 물러날 곳도 없다. 래어 아이템 ‘단결 투쟁 초 필살기’.
스테이지 4. ‘보호’ 법안을 만든다고 시작할 때부터 당신이 ‘보호’하겠다고 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를 외치고 반대 목소리가 높다. 당신이 선택할 커맨드는. a. 그 사람들 주장에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시 신중하게 생각. b. 아니다, 그건 멍청한 그 자들이 자기들한테 뭐가 좋을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일단 만들어 놓고 나면 우리가 왜 이랬는지 알게 될 터이니, 무조건 전진(게다가 법안을 만든다고 한 처음부터 분신, 고공 크레인 농성…, 고작 그 정도에 그쳐 놓고, 국회로 넘긴 다음에야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니!).
스테이지 5. 분배와 함께 가는 성장, 사회적 소수자의 보호, 다양한 차별의 시정 - 의 전략으로 지도자가 된 당신. 랠리 중반을 향해 가며 얻어 놓은 아이템은 하나도 없고, ‘상성’이나 ‘친밀도’ 게이지에 ‘위험’ 불이 켜졌다. 지금까지 밀어 온 것이라고는 ‘기간제…보호등에관한법률’이랑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두 가지 뿐. 자, 이벤트 선택 버튼. a.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내용이 아니다, 존심은 좀 상하지만 그렇다고 될 일은 아니니 일단 접는다. b. 그래도 둘 다 ‘보호’라는 그래픽 효과는 있으니 일단 러시 (게다가 ‘무력’과 ‘재력’ 게이지는 한꺼번에 높아질 수도 있으니, ‘신뢰도’ 게이지쯤은 대범하게 포기한다).
스테이지 6. “청년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 한 명을 원했듯 오랜 동안 노동자들이 기다렸던 국회의원 친구”가 되겠다며 국회 랠리를 클릭한 당신. 만들고 싶은 법이 산 같이 많은데, 옆에서 자꾸 이상한 걸 들이대는 바람에 그거 막느라 여념이 없다. 결국은 “지금 있는 것이라도 내버려 두라”며 회의실에서 몸싸움 이벤트. 이제 당신이 고를 배경 음악은? 조성모 , <눈물이 나요>.
게임을 세이브 하시겠습니까? “아니오, 차라리 4월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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