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잠깐 머리를 식히고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학생의 치마저고리에 칼질을 해대는 데 크게 분노했다.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때도 그랬고,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터진 ‘납치 광풍’ 때도 그랬다. “왜 일본 사람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재일동포 학생들을 헤코지하느냐”며. 또 한국 사람들은 납치 일본인 ‘가짜 유골’ 문제로 일본 안의 반북 분위기가 기승을 부리던 2월9일 사이타마경기장에서 열린 북-일 사이 독일월드컵 예선경기가 불상사 없이 끝났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의 대중국 정책에 불만을 품은 중국 관중이 경기장을 반일 시위장으로 만든 것과 비교하면서 일본 관중의 높은 분별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 스포츠계가 벌이고 있는 ‘독도 애국주의’는 독도 분쟁과 아무 관계도 없는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배구에서 상대의 속공을 저지하기 위해 자로 잰 듯한 ‘목적타 서비스’를 넣듯이, 독도 문제도 쓸데없는 역풍을 피하려면 정교한 ‘목적타 공격’이 필요하다. 스포츠 마당마저 ‘독도의 분노’로 채우는 것은,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는 정치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감동이 더욱 크다. 오태규 사회부장 ohtak@hani.co.kr
칼럼 |
모기는 손으로 잡아야 |
그러나 잠깐 머리를 식히고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학생의 치마저고리에 칼질을 해대는 데 크게 분노했다.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때도 그랬고,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터진 ‘납치 광풍’ 때도 그랬다. “왜 일본 사람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재일동포 학생들을 헤코지하느냐”며. 또 한국 사람들은 납치 일본인 ‘가짜 유골’ 문제로 일본 안의 반북 분위기가 기승을 부리던 2월9일 사이타마경기장에서 열린 북-일 사이 독일월드컵 예선경기가 불상사 없이 끝났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의 대중국 정책에 불만을 품은 중국 관중이 경기장을 반일 시위장으로 만든 것과 비교하면서 일본 관중의 높은 분별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 스포츠계가 벌이고 있는 ‘독도 애국주의’는 독도 분쟁과 아무 관계도 없는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배구에서 상대의 속공을 저지하기 위해 자로 잰 듯한 ‘목적타 서비스’를 넣듯이, 독도 문제도 쓸데없는 역풍을 피하려면 정교한 ‘목적타 공격’이 필요하다. 스포츠 마당마저 ‘독도의 분노’로 채우는 것은,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는 정치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감동이 더욱 크다. 오태규 사회부장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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