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9 18:27
수정 : 2005.03.29 18:27
교육인적자원부는 현행 방과후 교육활동의 운영체제를 자율화·다양화·개방화하여 확대 운영하고자 ‘방과후 학교’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내년부터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방과후 학교 제도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필요시 학부모회나 비영리기관 등에 위탁하여 이를 운영·관리할 수도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교육대상도 해당학교의 재학생 위주에서 타교학생까지, 나아가서는 성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프로그램도 기존의 교과 및 특기적성 뿐만 아니라 보육을 포함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교육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과다한 사교육비의 경감 효과, 저소득층 자녀에게 양질의 특기적성 교육 및 방과후 학습 기회 제공, 보육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역할을 통하여 교육복지를 실현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제도 도입의 성패 여부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미 과잉 번성하고 있는 각종 학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너무 당연하지만 프로그램의 질과 강사의 수준이 학원보다 뛰어나면서도 저렴해야 한다. 방과후 학교의 강사가 학원 강사보다 우수하지 않거나 재미가 없을 경우 아이들을 붙잡기 어렵다. 그 경우 학교는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학부모와의 잦은 접촉을 통해 학부모들이 방과후 학교를 제대로 인식하고 신뢰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초기 단계에서는 지역사회의 사교육기관이 제공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나 가격 경쟁이 있는 프로그램을 조사하여 이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음으로 학부모나 학생들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시골학교처럼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서비스가 반드시 제공되어야만 발길을 잡을 수 있다.
또 하나는 방과후 학교 운영이 학교경영자와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이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증가되는 학교경영자와 교사들의 부담을 이들의 희생에 의존하려고 하면 거의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규시간 운영만으로도 교사들이 지쳐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방과후 학교 운영에 있어서 공동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보완과 함께 분위기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은 학부모, 학교, 지역사회라는 세 마리의 말이 끌고 가는 삼두마차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도 시행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방과후 학생 참여 비율이 아니라 학교의 주변 여건 및 실정에 적합한 계획 수립, 프로그램 개발 및 실천,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반강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다. 또한 연구학교 운영시 인근지역 교대·사대 관련 교수와의 연계를 통해 연구학교 운영 과정 및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이 병행될 때 연구학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및 바람직한 대안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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