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2 20:48
수정 : 2005.03.22 20:48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잦은 호우와 시간당 강우량 급증 등으로 인한 홍수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80년 이전 50년 동안에 연평균 5.3회 정도에 불과하던 80mm(호우주의보 발령기준) 이상의 호우가 1980년대 이후에는 연평균 8.8회로 늘었고, 호우의 양상 또한 국지적이고 돌발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호우가 도시지역에 집중되는 경우에는 단기간에 걸친 유출량의 급증으로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하거나 역류함으로써 도시전체에 걸쳐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02년의 태풍 ‘루사’나 2003년의 태풍 ‘매미’의 예에서 보았듯이, 홍수의 규모와 피해가 초대형화하고 있다.
돌발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하고 점점 대형화하는 홍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변하는 홍수상황을 감안한 과학적인 댐 운영이 중요하다. 그러나, 집중호우시 유역에서 발생하는 홍수량의 하천배출에 주력하는 현재의 방법으로는 효율적인 홍수관리에 한계가 있다. 댐과 하천의 효율적인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댐과 하천의 효율적 연계관리를 통해 유역의 홍수관리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홍수조절을 위한 체계개선이 시급하다. 댐과 하천의 관리이원화로 인한 상호연계성 저하로 하상단면, 하천통수능 등의 변화상황이 실시간으로 댐 운영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댐 방류수가 하류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정확히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정확한 홍수방류계획수립 또한 제약을 받는다.
무분별한 하천개수나 도시지역의 홍수터 개발 등도 생태계를 파괴하고 댐의 홍수조절 방류량을 인위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천의 홍수소통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유역홍수조절에 커다란 제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하천은 건설교통부가, 1·2급 및 지방하천과 소하천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우리의 하천관리 체제는 수계 내 이해관계의 원활한 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상-하류간 일관성 있는 홍수조절이 가능하도록, 수계내 댐의 충분한 홍수조절 능력 발휘가 가능하도록, 하천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거나 유기적 협조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하천변 저류지에 홍수를 일시적으로 가두어 둠으로써 하천의 홍수소통부담을 덜고 첨두홍수량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 제방이 만들어진 하천은 자연하천보다 홍수소통단면이 적다. 따라서, 돌발적인 대형 홍수시 소통상 불리한 면이 있다. 하천배수만으로 홍수를 조절하는 제방위주 치수대책으로는 최근의 이상호우나 설계호우를 초과하는 집중호우와 이로 인한 홍수까지 감당하기 어렵다. 침수되기 쉽고 토지이용도가 낮은 내수하천과 본류의 합류지점에 저류지를 만들어, 유입되는 홍수를 일시 저류함으로써 첨두홍수를 감소시키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하천위주 치수대책에서 유역위주 치수대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치수대책은 제방축조나 하도정비 등을 통한 홍수통제와 조절에 치중한 선(line)개념 치수계획으로, 포괄적 유역홍수대책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2차원적인 면(area)개념의 유역중심 치수계획이 요구된다. 유역의 홍수소통, 조절, 저류, 저감기능을 모두 반영하여 하도와 하천유역 전반에 일관성을 가진 치수계획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자원특성에 비추어 볼 때 홍수조절과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해서는 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댐의 효율적 운영이 중요하다. 이러한 댐을 통해 홍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하천관리와 댐 관리의 과학적인 연계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운영기반 구축을 위한 하천관리체계의 조속한 개선과 유역단위위주로의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하천과 댐의 연계·통합관리를 통한 홍수대처능력 극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영오/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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