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18 16:52 수정 : 2005.03.18 16:52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처음 타보고 크게 감탄한 모양이다. 적극 밀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후 열린 회의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수소경제’를 선언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들은 머잖아 ‘수소경제’가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석유중심 화석연료 경제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리라고 믿는 것 같다. 고유가, 석유분쟁, 기후변화, 대기오염 등 화석연료가 빚은 각종 골칫거리가 해결되고 게다가 2010년에는 1천억달러의 시장까지 형성된다고 하니 열광할 법도 하다. 일부 환경론자들도 덩달아 열광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들 환경론자들도 ‘수소경제’의 중심이 될 수소가 어디서 무한정 솟아난다고 믿는 것 같다. 산자부 장관은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든다고 했다는데, 이때 필요한 전기가 어디서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가 생각하듯 물을 전기분해해야만 수소가 만들어진다면, 전기 없이는 ‘수소경제’도 성립하지 않는다. 전기는 석탄, 석유뿐 아니라 원자력으로도 만들 수 있다. 만일 원자력이나 석유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수소를 만든다면 석유·원자력 중심의 경제가 바뀌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기후변화, 고유가, 핵폐기물 같은 골칫거리들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각해진다. 석유와 원자력을 수소로 바꾸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이들 연료를 더 많이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석유로 전기를 만들고 이것으로 수소를 생산해서 연료전지 자동차에 투입하는 경우 석유는 세 번의 변환을 겪는다. 반면에 석유가 직접 자동차 연료로 투입되면 변환은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에너지는 변환될수록 손실이 커진다. 화석연료로 전기를 만들면 60%의 에너지가 날라간다. 전기로 수소를 만들면 절반의 에너지가 사라진다. 자동차로 주입된 수소 에너지는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다시 절반이 없어진다. 원래 화석연료에 들어 있던 에너지의 10%만 자동차를 굴리는 데 이용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석유를 직접 자동차에 투입하는 경우는 30% 이상의 에너지가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로 바뀐다. 석유를 수소로 바꾸어서 자동차를 굴리면 석유를 직접 자동차에 투입하는 경우보다 3배나 많은 양의 석유가 소비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석유를 직접 연료로 쓰지 수소로 바꾸어 쓸 이유가 있겠는가? 약간의 이유는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가 도입되면 도시의 대기오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필요한 수소를 얻기 위해 다른 곳에서 화석연료를 3배나 더 태워야만 한다면, 도시에서 대기오염이 줄어드는 득보다는 다른 지역의 오염이나 기후변화 같은 실이 훨씬 클 것이다.

미국발 ‘수소경제’를 많은 사람들은 새롭고 친환경적인 산업발전 패러다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의 ‘수소경제’는 없다. 물론 수소와 연료전지는 앞으로 꽤 퍼질 것이다. 자동차, 가정용 발전과 난방, 소형 발전소 등에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수소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천연가스의 분해를 통해 생산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햇빛 발전기나 풍력 발전기의 전기를 이용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때도 생산되는 전기가 모두 수소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수소를 만들어 쓰는 것보다는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전기가 남아도는 경우에만 수소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수소경제’ 찬양자들이 이야기하듯 수소가 중심 연료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래는 수소의 시대가 아니라 햇빛 에너지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일년 동안 지구로 들어오는 빛에너지는 인류가 일년에 소비하는 에너지의 1만5천배나 된다. 이 에너지를 잘 이용하기만 하면 석유경제가 만들어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고, 새로운 경제 시대도 열린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소경제’ 선언이 아니라 ‘태양경제’ 선언이다. 대통령이 크게 희망을 거는 수소는 ‘태양경제’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