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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9 20:21 수정 : 2005.03.09 20:21

올해는 ‘한-일 우정의 해’란다. 한-일 협정 체결 40돌을 기념해서 민관이 주도하는 여러 행사가 두 나라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재일동포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 간의 다리 구실을 강조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솔직히 말해서 한-일 우정의 해나 한-일 간의 교량이란 말들은 마음에 안든다. 그 이유는 재일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한-일 협정 체결을 기념해야 할 경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재일동포가 두 나라의 다리가 되어서 오고 가는 본국 사람과 일본 사람에게 짓밟히는 것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재일동포는 두 나라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편리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굴욕적이라고 맹비난당한 한-일 협정은 재일동포에게도 중대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협정에서는 재일동포가 일본에 거주하는 권리, 즉 영주권이 3세까지밖에 보증되지 않았다. 4세 이후의 영주권은 25년 뒤에 다시 협의하자는 한심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박정희 정권은 일본 정부가 재일동포를 일본에서 강제적으로 추방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기도 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만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되어 재일동포 속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차별정책을 정당화한다는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 이것은 재일동포 사이의 남북대립을 격화시켜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동포에 대한 분리지배 정책을 뒤에서 밀어준 셈이 되었다. 협정에 의해 일본 정부가 제공한 무상·유상 합계 5억달러의 ‘독립축하금’에는, 일본 세무당국이 동포 상공인들한테서 악착같이 징수한 세금도 포함되어 있었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반동포적인 한-일 협정을 체결한 박정희 정권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전후 역대 정권의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재일동포가 일본인으로 귀화할 것으로 보고 기민정책을 취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참여정부는 어떠한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동포청년들과 공개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노 대통령은 동포 젊은이들에게 유대인처럼 국적에 구애 안 받는 국제인으로서 살아갈 것을 제안했다. 수천년 동안 고국을 못 가진 유대인의 삶을 얘기한 것은 암시적이다. 참여정부도 지난 2년 동안 재일동포에 대해 무책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한반도의 남북 정권은 일본·중국·러시아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에 대해 과거청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제식민지 지배의 희생자와 그 자손들인 이들에게 남북 정권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안 했는지가 이제는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과거청산이라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참여정부에 대해 재일동포와의 과거청산에 한정해 얘기하려고 한다.

첫째는 기민정책이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재일동포의 귀국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또한, 재일동포의 권리옹호, 교육, 복지 등에 대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일본 정부의 차별정책을 묵인해 왔다.

둘째는 이용정책이다. 역대 정권은 일본과의 차관도입 교섭에서 동포의 제반 권리를 흥정거리로 이용하고 경제적 이익을 끌어내곤 했다. 그리고 정권유지란 정치적 목적을 위해 71년부터 재일동포 관련의 수많은 간첩사건을 날조하는 것을 마다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의 한평생을 평가할 때 무엇을 했느냐와 더불어 무엇을 안 했는지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정권도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이 기민과 이용으로 얼룩진 역대 정권의 재일동포 정책을 바로잡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하동길/오사카국제이해교육연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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