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07 18:48 수정 : 2005.03.07 18:48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는 이기주의에 마비되어 전체를 도외시하는 사고정지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일부 서울·경기지역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끓는 물에 서서히 익혀지는 개구리를 보는 듯하다. 면피 목적의 정치적 쇼맨십이라고 하기에는 구시대적이라 개탄스럽다. 지식정보화 사회와 동북아 중심 사회라는 시대적 조류와 지방 국민의 여망을 애써 외면하고 서울사람들만 잘 살아보겠다는 행동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동체 모두를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인천공항과 고속철도(KTX)가 지리적 공간을 얼마나 확대시켜 놓았는지 모두들 피부로 느끼고 있음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서울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같아진 시대가 되었음을 애써 모르는 척한다. 그들은 강남에 몰린 부와 권력의 인맥공간이 분산됨으로써 발생할 혜택을 전혀 놓치지 않으려고 온 국민의 이익을 손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행정도시가 건설되면 서울이 큰 손해라도 보는듯이 말하지만 이는 시대조류를 읽지못한 척하는 시늉에 불과하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의 경제와 행정은 정보통신 수단을 통해 행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비쿼터스 행정을 지향하고 있다. 모든 무역 활동과 경제 활동, 가장 변화가 늦다는 행정 활동까지 전화와 이메일을 넘어 광통신 수단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여 처리하는 부문은 극히 미미하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모든 일을 이루어지게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면접촉에 의한 로비형 신뢰가 아니라 명명백백한 증거에 기초를 둔 합리적 신뢰이다. 로비에 의한 신뢰는 인맥과 학연, 지연, 혈연, 로비 금액과 접촉횟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로비대상인 공무원들과 지리적으로 얼마나 가까이 거주하고 있느냐가 주요한 관심대상일 수밖에 없었으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합리적 신뢰 이외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미 정부와의 각종 계약이나 인허가, 인사 등에서 일정공고나 증거서류 제출은 초고속 통신망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계량화된 증거 이외의 변수가 끼어들 틈이 나날이 줄어가고 있는 마당에 행정도시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서울의 시민들이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실을 호도하는 사이에 서울시민은 끓어오르는 물에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다. 차를 몰고 가면 인천도 서울이고 안양도 서울이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 때문에 도대체 어디까지가 서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서울에서 과천, 안양 등도 그러하고 앞으로는 평택, 천안까지 서울시나 진배없이 연결될 것이다.

우주공간에서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지리적 공간배치는 배 앞쪽으로 절반 이상의 부와 권력이 쏠려 있어 곧 배 앞머리로 파도를 처박으며 침몰할 운명으로 보일 뿐이다. 서울 사람들 천만을 위해 삼천만이 희생해야 하는 형국이다. 아니, 강남 사람들 100만을 위해 4천만이 노예처럼 살아가야 하는 형상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복부비만이 과대하여 곧 합병증으로 사망 일보 직전의 인간과 같다. 구한말처럼 지방에서 민란이라도 일어나야 병의 심각성을 인식한단 말인가.

평소 지식과 덕망을 갖추었다고 존경해왔던 일부 의원들까지 수도권 의원이라는 틀을 깨지 못하고 민주적 의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불과 5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고 미래세대에 큰 죄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기엔 그들이 너무나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강남 사람들은 1시간 이내면 그 누구라도 만나 바둑을 두며 국정을 논하고 사업을 논해 왔다는 편의성에 물들어 국민 전체를 시야에서 놓치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의 어리석음을 더 이상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임재강/ 경운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