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7 20:00
수정 : 2005.02.17 20:00
최근 유명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들은 안전한 육류를 찾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항생제나 성장호르몬 등을 사용하지 않는 외국산 육류를 앞 다투어 판매하거나 판매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는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이 기준치 이상으로 사용되어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내외신 언론보도가 줄을 잇는 시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주목할 만하다.
학계에서는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고 질병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항생제가 인간에게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여 질병의 확산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크게 일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축의 70% 이상에 항생제가 사용되고, 미국 식약청(FDA)은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특정 계열의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고 나섰다. 또한, 영국 식품세균안정자문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20년 전 항생제의 내성이 5%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95%에 이르러 유럽에서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해, 축산물 잔류 항생제 위반율은 올해 0.25%까지 높아져 일본의 5배에 이르고 있으나 정부의 멀리 보는 정책이나 대책이 미흡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축산농가에서 수의사의 처방 없이 동물약품을 사료에 섞어 주기 때문에 항생제 남용 등의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항생제는 160만㎏이고 이 가운데 40%는 농가에서 자가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책은 없을까. 선진 외국처럼 배합사료를 만들 때 항생제를 섞어 제조하기보다는 약품이 필요할 경우 농가가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료에 함께 먹이는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농가에 더 많은 수의사를 배정할 수 있는 정책적, 경제적인 지원을 주문한다. 정부가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고 하나 아직은 여러모로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의 유기농식품협회에서는 가축의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 결국 광우병보다 무서운 질병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항생제 사용을 금지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학계와 제약업계에서는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동물에게 안전한 항생제의 개발을 서둘러야 하며, 정부에서는 농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수의사들에 대해서는 긴 안목에서 정책적,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세현/대학원생·경북대 수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