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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6 18:50 수정 : 2005.02.16 18:50

얼마 전 세간의 큰 우려를 자아냈던 지율 스님의 단식이 중단돼 많은 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천성산을 지키자”는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는 일은 일단 접어두자. 다만 자연의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끊겠다는 방법론이, 스님의 숭고한 뜻에 전적으로 동의한대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당혹스런 역설로 다가왔다는 느낌이 든다. 또 이로 인해 환경운동의 오늘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는 생각이다.

‘근대화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세력에 의해 오랫동안 국토의 무지막지한 막개발이 이뤄져 왔다. 청계천이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시화호가 시궁창으로 변했다. 개발에 반대하다가는 반체제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의 민주화 진전에 따라 막개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환경운동은 순식간에 온 국민의 호응을 받았고 이제는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활동 축으로 자리잡았다.

“인간이 자연에 베푼 만큼 자연도 인간에게 보답한다.” 환경 보호와 보전이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지가 남녀노소에게 두루 각인됐다. 환경운동 단체·활동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운동의 비타협성이 너무 부각되는 감이 없지 않다. 몇 해 새 국책사업 등 주요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과도한 논란은 국민에게 필요 이상의 짐을 지우고 있다. 환경운동의 올바른 방향성을 정확히 논할 정도의 전문성이 필자에게는 없지만, 적어도 환경보호와 개발의 조화를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환경운동가나 단체에서 느껴지기를 원한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과 함께하는, 힘있는 환경운동이 되기를 바란다.

지율 스님이 단식을 끝낼 무렵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판결의 핵심은 새만금 사업의 용도가 특정될 때까지 방조제의 최종 물막이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환경단체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부가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새만금 사업은 법정공방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사업 시행 15년째를 맞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1999~2001년 2년 동안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한 뒤 공사를 재개했으나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판부도 인정했듯이 현재 축조된 방조제를 뜯어내고 원상복구를 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전체 33㎞ 가운데 2.7㎞의 개방구간 두 군데를 남기고 있는 방조제를 뜯어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차치하고 그것 자체가 환경의 대재앙을 부를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개방구간을 막느냐, 막지 않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결론적으로 방조제는 일단 완성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방조제 축조에 들어간 1조7천억원이라는 공사비는 논외로 치더라도 개방구간을 유지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재해의 위험성이다. 개방구간을 다리로 연결하는 것이 지형상 가능한지도 따져봐야겠지만 어떤 식이든 개방구간을 남겨두는 것은 태풍·해일 등 자연재해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남아시아를 휩쓴 지진해일만 보더라도 어떤 강도로 자연재해가 몰아칠지 알 수가 없다. 방조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구간이 연결돼야만 안전한 구조물 구실을 할 수 있다.

해양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 방조제 완공 뒤 두 군데의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를 유통시킬 경우 현재 개펄의 약 70%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개방구간을 남겨두면 개펄을 유지할 수 있는 대신 나머지는 잃게 되며, 방조제를 완공하면 개펄의 30%를 일단 잃게 되지만 새만금 지역을 활용할 여러가지 선택 수단을 갖게 된다. 우리 세대가 아닌 후세가 그 쓰임새를 정할 수도 있다.

새만금 사업을 법원의 판단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수질·토목·간척 등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정부와 환경단체는 일단 방조제 완공에 합의한 뒤 용도를 포함한 새만금 사업 전반에 대해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진재학 논설위원jhc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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