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3 18:48
수정 : 2005.02.13 18:48
박주영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가 뛰었던 시리아와의 청소년축구대표팀 평가전은 문자로 생중계까지 됐다고 한다. 시리아와의 경기가 박주영이 한몫해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무승부로 끝나자 일부 국민들이 실망감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주영 7경기 연속골 도전 실패’ ‘아쉽다! 박주영 7경기 연속골’ ‘박주영 골행진 중단’ ‘박주영, 골대에 막힌 2골’ 등 언론에서도 그에게만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주영 선수는 아직 우리 나이로 20대 초반이다. 비록 고된 운동 등으로 육체와 정신적으로 좀더 단련되었을지언정 감수성이 강하고 호기심 강한 보통의 20대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나친 언론의 관심과 기대가 자칫 그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도 인간인 이상, 잘할 때가 있고 잘못할 때도 있어 경기에 패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추이를 보면 그가 출전하지 않아서 경기가 잘 되지 않고, 또 그가 출전을 해야만 경기에 이길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가는 듯해 걱정스럽다.
설날 청소년대표팀은 스페인에서 레알마드리드 2군팀과 평가전을 벌였다. 박 선수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은 그의 결장으로 서운했을 것이다. 청소년대표팀은 카타르 8개국 초청 대회 우승의 영예를 안고 유럽 전지훈련을 모두 마치고 12일 귀국한다. 설을 반납하고 해외 전지 훈련과 최선을 다한 경기로 지친 몸을 이끌고 귀국하는 그들 모두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월드컵 대표팀 조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 쿠웨이트전을 승리로 이끈 후 기자회견에서 박주영 선수의 조기 대표팀 합류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는 그의 ‘실전경험 부족’을 들었다. 대표팀 발탁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부 극성팬들이 무언의 압력을 가할지 모를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박주영 선수를 좀더 지켜보았으면 한다. 좀더 실전 경험을 쌓고 성숙했을 때 그 자신이 원하고, 또 감독이 그를 요구할 때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 그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의 오늘은 그늘에서 열심히 실력을 닦아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가 더 열심히 훈련을 쌓고 또 국민적 성원 아래에 훌륭한 선수가 되고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좀더 지켜보며 끓었다 금세 식었다 하는 일시적 열광보다 지속적인 성원을 보냈으면 한다. 덧붙여 관계 당국은 어린 축구 꿈나무들을 많이 발굴해 축구의 고장 브라질 등으로 유학 보내 기본기를 잘 배우고 익혀 대성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또 지원하는 데 아낌이 없었으면 한다.
박동현/서울 구로구 구로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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