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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2 18:15 수정 : 2006.02.02 18:15

왜냐면 반론 서순성 변호사의 ‘항생제 오남용 정보공개…’를 읽고

의사들은 심평원에 낸 자료의 질환만을 치료하는 게 아니다. 의학적 지식과 임상을 총동원해 환자의 종합적 상황을 치료하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항생제 관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건에서 승소한 것에 대해 우선 축하를 드린다. 이번 사안에서 참여연대가 국민의 알 권리와 진료선택권 그리고 건강권 확보를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한 취지에 매우 공감한다. 하지만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사안은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병원마다 지나치게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의학적으로 급성 상기도 감염의 대부분이 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고 2차 감염이 의심되지 않는 바이러스 질환에는 항생제가 필요없다는 사실도 역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의료기관마다 항생제 처방률이 0.3%에서 89.3%에 이르는 차이가 났다. 참여연대는 이 문제가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윤리적 문제라고 파악하고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의료기관을 공개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피상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하나의 질환에는 여러 증상이 있다. 바이러스를 시사하는 증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질환을 확진하는 의사는 없다. 의사는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통해 추정 진단을 내리고 치료해 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역시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보조적 검사를 시행하여 확진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의료 현장에서 성실하게 종사하는 임상의사들은 심평원에 제출한 청구자료에 있는 진단명의 질환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은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총동원하여 판단한 환자의 종합적 상황에 대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이렇게 환자의 임상 양상에 따른 종합적인 상황들을 단순히 진단명으로 표현할 수 없음에도,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는 확진된 진단명에 의한 치료의 방법만을 인정한다. 의사는 자신이 판단한, 복잡할 수도 종합적일 수도 있는 병명이 아니라 심평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진단명을 보험청구서에 입력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가령 문제가 된 감기에 항생제를 쓴 것이 아니라, 항생제를 써서 치료한 환자에 대하여 심평원에 제출한 자료에 진단명을 감기로 입력했다는 말과도 같다는 이야기다.

이는 달리 말해 의사들이 항생제를 처방한 상기도 감염 환자의 진단명에 상기도 감염 진단명을 신경써서 입력하지 않는다면 항생제 처방률 0%의 의료기관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런 의료 현실에서 참여연대가 급성 상기도 감염의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의료기관을 공개하여 환자들의 알 권리와 진료선택권을 주장한다면 심평원의 진료적정성 평가 자체도 함께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의료개혁국민연대 역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적극 찬성하며 동감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정호/의료개혁국민연대 운영위원·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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