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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2 18:14 수정 : 2006.02.02 18:14

왜냐면

지금의 기업별 노조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운동관료들이 통제하기 딱 알맞은 ‘산별체계’를 덧씌운 조합은 노동운동을 후퇴시킨다.

10일 치르는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노동언론을 빼고는 언론에서 별달리 주목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이 보잘것없음을 말해주는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에게 무관심, 시민들에게 냉소, 정권과 자본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거꾸로, 그렇게 민주노총이 ‘신뢰성의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더더욱 뜻있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한다. 과연 민주노총이 선거를 통하여 자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그리하여 민중에게 ‘희망의 존재’로 일어설 수 있을지 따져 물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첫째 문제는 ‘조직 혁신’이다. 벌써 잊었는가. 엊그제까지 민주노총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돼 왔음을. 벌써 잊었는가.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비리’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전 집행부가 도의적 책임을 다하려고 사퇴했던 사실을. “지도부 사퇴하라!”고 한때 혁신의 소리는 올라왔지만, ‘집행부 일괄 사퇴’만 이끌어냈을 뿐, 조직 풍토를 쇄신할 새 흐름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비대위’는 내부 혁신도, 투쟁도 변변히 실천하지 못하고 표류해 왔다.

지금껏 민주노총 대표는 900명 대의원이 ‘간선’으로 뽑았다. 이것도 문제려니와 대의원들조차도 간선, 아니 간-간선, 간-간-간선으로 뽑힌 탓에 70만 조합원 대다수는 지도부가 누군지, 신문 지상에 불과 한두 줄로 오르는 ‘인물란’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알 뿐이다.

둘째 문제는 ‘한국노총과의 통합’ 논의다. 물밑에서는 진작부터 이 정치사업이 벌어져 왔는데 정작 70만 조합원은 대부분 모른다. 이것은 단순히 ‘단일 통합 노조가 좋은가, 복수 노조의 공존·경쟁이 바람직한가’ 하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노총과 통합함으로써 민주노총이 더 진취적인 기풍을 키울 수 있느냐! 썩은 달걀과 덜 썩은 달걀을 한데 섞으면 어찌 될까? ‘민주’ 노조운동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염려는 괜한 걱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70만 조합원이 토론에 나서야 한다.

셋째 문제는 ‘산별체계로의 전환’을 70만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는 문제다. 아직 물밑 논의이지만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누가 종업원 전체를 모아놓고, “우리, 노조를 만들지 여부를 다수결 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한다면 사람들 반응이 어떨까?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으리라. 노조는 ‘만들고 싶은’ 사람이 나서서 만드는 것이다. 운동의 상식은 ‘전환’이 아니라 ‘건설’이다. 지금의 기업별 노조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운동관료들이 통제하기 딱 알맞은 ‘산별체계’를 덧씌운 최악의 조합, 이는 노동운동을 삼십 년은 후퇴시킨다.


넷째, 민주노총에 ‘현안 대응’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눈물이 부족해서 지금 밀리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 악법과 노사관계 로드맵, 손 놓을 바에야 간판을 내리는 것이 어떤가.

정은교/전교조 전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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