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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2 18:12 수정 : 2006.02.02 18:12

왜냐면

사학재단들은 껄끄러운 복직 교수에게 연구실 배정, 강의 배정 등을 지체한다. 그러면 교수들은 다시 법원의 이행명령에 기대거나 노동청과 검찰에 호소할 것이고, 일부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따라 지난 30여년 동안 억울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의 재임용 재심사를 하고 있다.

대학교원의 무사안일을 타파하고 연구 분위기를 높여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된 재임용 제도는 초기에는 정권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1980년대 이후에는 부패 사학재단에 항거하는 교수들을 대학 밖으로 내모는 도구로 악용되어 왔다. 이로 인하여 부당하게 해직된 교수는 전국적으로 400~500여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을 선별하여 구제하기 위하여 지난해 6월 제정된 특별법은 그 입법 목적의 태반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특별위원회의 인용률이 극히 낮고(열명 중 고작 두명만 복직 결정을 받는 실정이다), 어렵사리 얻은 인용결정도 교육인적자원부 안에 온존하는 수구세력과 이들을 앞세운 비리 사학집단의 방해공작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상 대통령이 임명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과거의 재임용 탈락 사유를 심리하여 그것이 부당한 경우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 인용결정은 행정심판법상 이른바 기속력과 형성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이 결정에 대하여 피청구인인 학교 쪽은 더 이상 소송으로 불복할 수가 없다(특별법 제9조 제1항). 이 결정은 과거의 재임용 거부 처분을 소급하여 소멸시키므로(대법원 1997.9.9 선고 97다4050 판결), 일부가 오해하는 것처럼, 특별위원회가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학교법인에 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원회의 결정 자체로 당연 복직되는 것이다. 한시법, 즉 일정 기간만 적용되고 소멸하는 법률인 특별법이 부당하게 해직된 교수들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교육부총리가 외유에 나서는 시점에 방문한 재임용탈락교수 복직추진위원회(복추위) 대표들은 김화진 대학정책국장과 만나도록 안내받았다. 그러나 김 국장은 마침 일정이 겹친다며 박춘란 대학정책과장에게 면담을 넘겼다. 박 과장은 교육부로서는 인용결정의 집행과 관련하여 어떤 조처를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다고 단언하였다. 학교 쪽과 알아서 “타협”하라는 것이다.

그의 태도는 요컨대 지금까지 꾸준히 특별법을 반대해온 김영식 전임 교육부 차관 등 관계자들의 생각과 의견을 집약한 결정판이었다. 한 술 더 떠서 1월12일에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이현일 과장이 인용결정에는 구속력이 없다는 기막힌 발언을 〈한겨레〉에 토해냈다. 이 과장의 발언은 소청위의 ‘곤혹스러운’ 공식 견해였거니와, 소청위나 두 과장의 발언이 결코 그들이나 바로 위 김 국장 수준에서 결정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교육부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그들의 원죄에서 비롯한다. ‘교육마피아’로 불리는 일부 관리들은 지난 30년 동안 사학재단의 실력자들과 의기투합하여 재임용제를 악용하여 유능하면서도 바른말 하는 교수를 내쫓아 대학을 침묵과 굴종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2003년 2월, 부당하게 탈락한 교수를 구제하라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법제처와 법무부를 내세워 2년 가까운 세월을 미적거렸다.

마침내 청와대가 정부입법을 포기하고, 2004년 10월 국회의원 16명이 발의한 의원입법으로 돌아서기까지 해직교수들의 피를 말렸던 것이다. 특별법이 공포된 다음에는 법제처를 앞세워 특별법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시행령을 밀어붙이려 했다. 복추위의 천신만고 끝에 시행령은 간신히 원안으로 되돌아갔지만, 특별법과 대통령에 항명한 배후에 대한 문책은 아직 남겨진 과제다. 이들은 특별위원회에서 인용되는 숫자를 줄이려고 별 궁리를 다 하고 있다. 그들의 뒷심인 사학의 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그나마 인용된 교수의 복직마저 막으려고 혈안이다.

이제 새 학기가 닥쳤다. 사학재단들은 껄끄러운 복직 교수에게 연구실 배정, 강의 배정 등을 악의적으로 지체한다. 그렇게 되면 교수들은 다시금 법원의 이행명령에 기대거나 노동청과 검찰에 호소할 것이고, 일부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회가 일껏 만든 특별법과 인용결정도 모두 허사가 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소청심사위원회의 복직결정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집행하도록 지휘 감독에 나서야 할 이유다.

이순철/목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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