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 “‘우리 전통음악은 흥겹게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고 기본을 가르쳐서 흥을 느끼게 하자” 고. 한 나라의 얼과 기운은 그 나라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문화적인 삶은 그 자체가 그 나라의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 21세기는 환경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문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 한다. 나 또한 동감한다. 문화는 국가마다 다르기에 더더욱 그렇다. 결국에 경쟁력이 없는 문화는 도태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를 키우고 계승 발전시키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며, 문화라 함을 ‘언어, 풍습, 생활 모습, 전통음악 등’이라고 보았을 때, ‘사물놀이’를 통해 그러한 시대적 소명에 나 또한 동참하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음악 중 사물놀이는 전통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무대화한 대표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1978년 공간사랑에서 최초로 연행된 사물놀이는 이후 계속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이 결과 최근에는 북, 장구, 꽹과리, 징으로 연주하는 모든 것을 사물놀이라 지칭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학교에서 전통음악 교육의 일환으로 사물놀이 교육을 여러 가지 형태로 시도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특별활동 형태로 운영을 하였지만, 요즈음에는 특기적성 교육의 형태가 그 주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저변 확대에 따른 양적 발전과는 달리 악기 및 악곡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질적 변화에 있어 그다지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물놀이가 제자리걸음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것은 대충 흥겹게 하면 되지”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초 타법, 가락에 담겨 있는 호흡법 등을 무시한 채 그저 두들겨대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다양한 국악경연대회를 다녀보면 대단히 많은 아이들이 그러한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애처롭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로 사물놀이를 지도한 지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시간을 이렇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면서 보내온 것이다. “사뭇 시간이 참 빠르다” 하는 생각과 함께, 한편에서는 정말 바쁜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들은 보내면서 타악이건 기악이건 우리 음악을 접하고 계신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대부분이 “전통음악은 그저 흥겹게만 가르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 주장에 강력하게 반대한다.요즘 많은 학생들이 어린 시절 배우는 악기가 피아노다. 대부분 피아노를 배우게 하기 위해 학원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그저 흥겹게 하면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 “우리 것은 마냥 흥겹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너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어떻게 서양음악의 피아노를 배우게 할 때는 기초부터 배우게 하면서 우리 것은 대충 흥겹게만 하라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 현장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월에 시작해서 6월에 대회를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서, 진정 우리는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나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사물놀이를 가르치기 전에 교장선생님께 부탁을 드린다. “1년 동안은 모든 대회와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으니 들어주십시오”라고. 그저 기본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교육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께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 “우리 것은 흥겹게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고 기본을 가르쳐서 흥을 느끼게 하자”고. 소중한 밀알이 모여 문화의 바다를 만든다고 본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 어린 꼬맹이들에게 우리 것의 기본을 가르치자. 성광수/이천 단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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