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경찰은 국가권력을 수호하기 위한 조직만이 아니라 시민의 경찰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신뢰받고 지지받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1월15일 경찰청은 시위진압을 전·의경 대신 직업경찰이 맡고, 시위현장 근무에 나서는 전·의경 기동대원이 입는 진압복에 개인 명찰을 달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찰을 달면 책임있는 시위진압이 되리라고 예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일정한 폭력진압의 근시안적인 대책은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실명제를 시행하면, 경찰 개인적으로 주의하고 조심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위문화와 경찰의 폭력대응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찰은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경험한 사실이겠지만, 어둡고 으슥한 밤길을 다니다가 경찰을 만나면 왠지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치안과 범죄예방의 든든한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경찰에 협조적인 자세를 갖는 것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하지만,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집회현장에서 만나는 경찰은 정반대 모습으로 비친다. 그 곳에 있는 경찰은 시민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시위대의 정당한 목소리를 짓밟고 억누르는 것으로 비치기에 그들에게 우호적인 시위대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왜 밤길에서 만나는 경찰은 국민에게 우호적인데, 시위현장에서 만나는 경찰은 우호적인 것은 고사하고 반감을 사게 되는가 말이다. 경찰은 국가권력을 수호하기 위한 조직만이 아니다. 그 이전에 국가권력을 세워준 국민의 경찰이고, 시민의 경찰이어야 한다. 시위진압 부대원들이 이름표를 다는 것이 시위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고 감정적인 지지를 받는 근본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전제되지 않은 채 몇 가지 현안에 준하는 근시안적인 대안을 내는 것은 모래성 위에 세운 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찰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 목적이 아닌, 시민사회가 생각하는 경찰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나 공청회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는가? 경찰이 우리 사회에 어떤 목적으로 존재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소명을 감당해야 하는지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이 스스로 생각하는 위상과 시민사회가 생각하는 위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민사회의 신뢰를 얻고 또 국민들이 원하는 경찰의 위상에 대한 합의를 간추리려 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러한 새로운 진단과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은 국민한테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 경찰이 선한 일반 국민들의 편이 되고, 사회적 약자의 편이 되지 않은 채, 국가권력의 수호라는 목적에만 매달린다면, 치안과 범죄예방을 위해 애쓰는 다수 경찰의 수고조차 묻히거나 폄하되고, 결국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경찰에게는 공권력의 권위 이전에 도덕적인 권위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공식적인 권위만을 행사하는 것은 역효과만 일으키고, 문화의 분극화를 조장할 뿐이다. 경찰이 도덕적 권위를 가질 때 평화시위를 만들어가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박용환/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대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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