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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6 18:16 수정 : 2006.01.16 18:16

왜냐면

교육부 장관은 영어 교육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배워야 할 정도로 절박한지 분석하고 판단한 뒤에 이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사회 한쪽에서 꾸준히 영어를 공용하자는 논의가 있더니 이에 맞장구를 치는 셈인지 교육부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치던 영어를 1학년부터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하루라도 일찍 영어를 배워야 영어 능력이 우수해지고 한국인의 지적 능력이 높아진다는 계산에서 나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우리 교육부 관료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교육부 장관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교육부 장관인 줄 몰랐는데!”라고 하여 우리를 놀라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는 몇 해 전에 교육부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나설 때부터 영어 교육의 질은 높이지 못하고 아이들을 영어 학원으로 내모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왜냐하면 교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교육으로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을 테니 답답한 학부형은 당연히 아이들을 원어민이 가르친다는 학원으로 보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걱정한 대로 현재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거의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도 교육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초등학교에서 자신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선생들의 발음을 꼬집기도 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영어 선생 때문에 영어가 정말 싫어서 공부를 안 했지만 중학교에서 마음을 잡고 열심히 하니 어렵지 않게 영어를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아 초등학교에서는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하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반박글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 관리들은 영어 공부를 수학 공부처럼 학교에서 가르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영어는 언어이고, 언어는 공부해서 되기보다는 말과 생활을 통해서 천천히 습득된다. 영어 공부는 언어 습득의 한 방법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말을 통해서 영어를 익힐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르치기만 하면 무얼 하나? 쓸 곳이 없고, 말할 기회가 없는데. 그렇다고 가정에서 부모들과 영어로 말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

이런 어려움을 심각하게 보고 우리 실정에 가장 맞는 교육 방안을 찾는 것이 교육부의 사명일 터인데, 우리 교육부 관료들은 도대체 우리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단순히 일찍 가르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정책을 세워 집행하려 한다. 이런 공무원들에게 국가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맡기는 우리의 미래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 당국은 지금의 영어 교육 정책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성공했다고 자평하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운 학생들과 1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운 학생들 사이에 성인이 된 후에 영어 능력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고, 국어 능력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으며, 일반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 조사해 보았나? 단순히 영어 능력만을 한국인의 능력으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변수를 생각하면서 교육 정책을 세웠을 터인데, 그 자료를 내놓고 관련 인사들에게 그 흔한 공청회라도 한 번 열어야 할 것이 아닌가?


교육부 장관은 영어 교육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행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지, 또 정상적인 교육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사회적 부작용이 일부 효용성보다 더 심각하지 않은지, 혹시 모국어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을 것인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판단한 이후에 이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남영신/국어문화운동 회장·국어심의회 언어정책분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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