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21:43
수정 : 2020.01.14 02:37
우승국 ㅣ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운영·보행교통연구팀장
대통령이 텔레비전 방송 토론에서 어린이 보행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보행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인구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며 어린이를 포함하는 보행사망자 비율 40%는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높다. 보행사고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보행사고 사망률은 약 4%이며 이는 차 대 차 사고 사망 확률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보행안전에 취약한 도로교통 환경을 개선하려면 무엇을 우선으로 고쳐나가야 할까?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6년간의 보행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행사망사고의 주요한 요인을 확인하고 대책을 제안(행정안전부·도로교통공단 지원)하였다.
도시지역 보도가 없는 좁은 골목길에서 매년 약 1만3천건에 이르는 보행사고가 발생하여 연간 약 200명의 보행자가 사망하였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골목길에서도 보행자는 길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야 한다. 골목길 보행사고를 줄이려면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권을 보장해야 한다. 위험한 골목길을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하여 보행자가 도로의 전폭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도로교통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도시지역에서 횡단보행사고가 나면 사망확률이 3.1%다. 여기에 과속 요인이 더해지면 사망확률이 49.4%로 급증한다. 이는 사고 때 보행자 2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셈이어서 과속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한다. 횡단보행자 사고를 줄이는 대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첫째는 보행자 횡단 수요가 높은 지점에 횡단보도를 적극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무단횡단은 건너가야 할 곳에 횡단보도가 없어서 발생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보면 횡단보도 최소 설치 간격이 100m다. 건너가고자 하는 도로상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횡단보도는 보행사고가 나면 과실 여부를 따지는 조건은 되겠지만 이용하기 힘든 부담스러운 시설이다. 건너가고자 하는 장소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최소 설치 간격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횡단보도 안전에 대한 집중 개선이다. 횡단보도는 보행자와 차량이 상충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보행자가 대피할 수 있는 중앙보행섬, 과속을 방지하는 고원식 횡단보도와 단속 카메라, 운전자 시야를 확보하는 야간 조명, 횡단보도 주변 주정차 금지 등의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일반국도 및 지방도에서도 과속은 보행사고 사망에 이르는 매우 치명적인 요인이다. 일반국도나 지방도에서 보행사고가 나면 사망확률이 9.6%인데 차량 과속까지 더해지면 사망확률이 무려 70.2%로 급증한다. 도시지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주간선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에 제한속도 시속 50㎞ 이하가 적용되어 이제는 제한속도 하향 정책을 법적으로 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국도나 지방도가 마을을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높은 속도로 인한 인근 주민의 보행안전 위협을 도로교통법이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속도 관리와 다양한 안전시설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이른바 마을주민보호구간 설치를 위한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제한속도 60㎞를 50㎞로 낮추면 보행사고 사망자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외국의 실증적 사례가 있다. 보행자우선도로 정책이 완비되고 정착된다면 좁은 골목길의 보행사망사고도 줄일 수 있다. 무단횡단 사고 및 횡단보도 사고도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어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보행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핵심 키워드, 과속, 골목길, 횡단보도에 대하여 위에서 제시한 대책들이 체계적으로 시행된다면 보행사고 사망자는 획기적으로 줄며, 보행안전 모범국가로의 탈바꿈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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