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9 17:31
수정 : 2019.10.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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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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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로공사의 직원임을 확인하고 일하기 위해 이강래 사장을 만나러 온 지 한달이다. 본사 로비에서 250명, 도로공사 밖에서 1250여명이 직접고용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강래 사장은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지난 7일에는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동료들을 도로공사 교육장으로 보내며 한참을 울었다. 우리는 이렇게 해고자로 도로공사 로비에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사는 여전히 9월9일 발표한 선별적 고용 방침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은 입장이라고 한다. 1500명 동료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지난 8월29일은 요금수납 노동자가 도로공사의 직원이니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이다. 우리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 ‘도로공사 직원이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견뎌온 고용불안과 차별의 시간, 해고된 후 곧바로 길거리에서 노숙을 했던 고단함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의 기쁨도 잠시. 이강래 사장은 대법 판결 승소자만 고용하고 나머지 1심, 2심 소송자는 고용하지 않고 끝까지 소송할 것이니, 지금이라도 일하고 싶으면 자회사로 가라고 했다. 농성 장소가 거리에서 본사 로비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이 없었다.
우리가 자회사를 거부한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이름만 도로공사서비스로 바뀌었을 뿐 용역회사와 동일한 파견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의 일을 하지만 도로공사 직원이 아닌 자회사 소속이 되어, 도로공사 업무를 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이다. 나는 진안요금소에서 요금수납일을 하는 노동자였는데 직접고용을 요구한다고 해고됐다. 내년이면 정년이다.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 여섯명은 도로공사의 집요한 압박으로 자회사로 갈 수밖에 없었다. 평생수납원으로 일해온 장애인들에게 직접고용 되면 수납원으로 일할 수 없고 조무원(청소, 도로정비, 조경, 졸음쉼터)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 동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회사를 선택했고 나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도로공사 본사 로비에서 얼굴도 본 적 없는 이강래 사장을 향해 항의농성을 벌여왔다.
오늘도 전국 요금소에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옳다. 노동자가 옳다’를 마음속으로 되뇌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동안 요금소 부스에서 혼자 일했기 때문에 동료들과 대화할 기회도 없었는데, 지금은 동료들과 요금수납일을 하면서 겪었던 속상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어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자회사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글쓰기를 했다. 우리의 이야기가 실린 뉴스 아래에 달린 댓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시험도 안 본 비정규직들이 무슨 염치로 정규직 시켜 달라고 하느냐. 청년 일자리 뺏는 짓이다’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진짜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아래는 동료 중 한명의 이야기다.
“5년 남짓 요금소에서 일하면서 고객들이 ‘알바 주제에’ ‘도로공사 직원 아니죠? 외주사죠? 비정규직이죠?’라는 말을 하며 무시할 때가 많았고, 차가 막히는 것도 우리 탓, 도로설계 잘못한 것도 우리 탓이라며 히스테리를 부려도 굽신굽신 죄송하단 말밖에 못했다. 진상 고객이 도로공사에 민원을 넣으면 도로공사는 외주사에게 해결하라고 떠넘기고 외주사는 수납원에게 무조건 잘못했다고 고객한테 빌라고 시켰다. 자회사도 보나 마나 똑같이 운영될 것이라 거부했다.”(홍현숙, 매송톨게이트)
나는 나이가 많고 직접고용이 된다 해도 얼마 다니지 못하지만, 나보다 젊은 수납원도 많다. 그들이 나처럼 무시와 차별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내 나이 60 평생에 이런 일을 언제 해보겠는가? 후배들을 위해,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조미경 민주노총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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