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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1 17:27 수정 : 2019.08.22 13:45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단에게 후쿠시마산 식단을 제공한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국제적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올림픽 성화 봉송의 출발점과 야구경기장까지 후쿠시마 원전 인근으로 배치되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원폭) 투하 당일 태어난 청년을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내세워 원폭을 딛고 일어선 일본을 과시한 사례를 모방한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히로시마 재건의 ‘감동’을 후쿠시마에서 억지로 재연하려는 아베 신조 정부의 집착이 엿보인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후쿠시마는 방사능 피해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히로시마 원폭은 초기 대량살상과 생존자들의 후유증이 있었지만 추가적 피폭은 미미했다. 히로시마 원폭은 당시 조악했던 핵기술로 인해 탑재된 고농축우라늄 64㎏ 중 불과 약 1㎏만 반응하며 핵분열물질 발생량 자체가 적었다. 또한 지표면 토양과 결합해 대량의 방사능 낙진이 발생하는 지상 핵실험과 달리, 히로시마 원폭은 상공 580m에서 폭발했고 초고온의 핵분열물질이 성층권 가까이 상승해 지구 전역으로 확산하며 일본에 떨어진 낙진도 미미했다. 그나마도 반감기(방사성물질에서 전체 원자들의 절반이 붕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은 핵종이 대부분으로, 반감기 3시간의 망간-56 정도가 원폭 직후 하루 동안 집중된 추가 피폭의 원인이었다. 나가사키의 경험도 비슷하다. 덕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별도의 방사능 제염작업 없이 1950년대 중반 도시 기능을 완전히 복구했다.

반면 후쿠시마 사고는 대량살상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방사능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노심용융이 일어난 원전들의 핵연료 총량은 고농축우라늄으로 환산 시 약 12t으로 히로시마 원폭의 핵분열반응 우라늄 대비 1만2천배의 양이다. 한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에서 배출된 세슘이 히로시마 원폭 대비 168배라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단순 배출량 차이일 뿐 고공에서 지구 전역으로 확산하고 남은 히로시마의 낙진과 지표면에서 배출된 후쿠시마 낙진 간 차이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특히 반감기가 약 30년인 세슘-137, 스트론튬-90은 히로시마가 거의 접하지 못한 핵종으로 향후 수십년 이상 일본을 괴롭힐 핵종이다. 게다가 후쿠시마 면적의 약 70%를 차지하는 산림은 접근성 문제로 대부분 손도 못 대고 방치되어 있다. 일본 학계에 따르면 이 중 여의도 면적의 150배나 되는 산림(약 430㎢)이 고농도 세슘-137에 오염되었다. 산림의 세슘이 비바람을 통해 주거지 및 농경지로 이동하거나 오염된 동식물이 가공·유통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삼나무 목재는 지역에서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최근 도쿄올림픽 건축자재로 출하되기도 했다. 또한 희귀질환인 소아갑상샘암은 사고 이전 불과 1~2건에서 사고 뒤 217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의사들의 조사를 방해하며, 정부 통제를 받는 후쿠시마 관련 각종 조사위원회를 통해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도 천문학적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전문가그룹의 분석을 통해 후쿠시마의 세슘 오염 토양을 긁어모은 1400만t의 방사성폐기물은 롯카쇼무라 방폐장 반입비용 기준 20조엔(약 225조원)의 부담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미 120만t에 도달했고 향후 200만t으로 늘어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도 삼중수소와 스트론튬 제거비용만 무려 51조엔(약 580조원)인 것으로 평가했다. 주민배상비(10조엔)까지 합치면 일본 정부 연간 예산에 육박하는 비용이다. 비용을 줄이려는 아베 정부는 토양방폐물을 토목공사에 재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오염수는 요식적인 논의를 거쳐 태평양에 방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문제를 탐사 보도하는 일본 언론은 찾기 어렵다.

결국 2013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아베 총리가 밝힌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는 주장의 실상은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재갈 물리기’였던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소송과 승리를 경험한 한국이야말로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문제를 세계에 알릴 적임자일 것이다. 정부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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