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항공 기장 항공 용어 중에 ‘시에프아이티’(CFIT,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라는 말이 있다. 조종사가 멀쩡한 비행기를 땅을 향해 조종한다는 섬뜩한 의미다. 2002년 중국항공의 김해공항 사고는 대표적인 ‘시에프아이티’ 사고다. 김해공항은 남쪽을 제외한 북·동·서 방향으로 산들이 병풍처럼 공항을 감싸고 있다. 북풍이 불 때는 접근이 쉽지만, 남풍이 불면 마치 쇼트트랙처럼 좁은 공간에서 선회를 하는 ‘서클링 접근’(Circling Approach)으로 착륙을 한다. 사고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유명을 달리한 110명의 한국인에게 말도 안 되는 보상금을 제시하던 중국항공의 태도와 뉴스 카메라에 잡힌 사고기 기장의 건강한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김해공항 확장 계획이 발표되자, 기대감도 컸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확장 계획에 따르면 새 활주로는 기존의 활주로 옆에 브이(V)자 모양으로 건설된다. 사고가 났던 돗대산을 비켜 놓이므로 이제 서클링 접근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브이자 활주로는 비행경로가 서로 겹쳐서 독립운용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교통량이 많은 공항에 어울리지 않는 설계다. 지도를 놓고 보면 김해에는 독립운용이 가능한 평행 활주로를 건설할 공간이 없다. 선진국 도시의 역사 깊은 공항 중에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여 거대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공항이 많다. 선진화가 될수록 소음규제는 까다로워지고, 토지수용은 힘들어지며, 자연보호 요구가 높아진다. 따라서 신공항 건설은 언감생심이고, 조금씩 확장하는 공항은 점점 난해한 모양으로 변해간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이나 뉴욕 케네디 공항은 복잡한 터미널과 유도로 때문에 조종사도 자칫 길을 잃기 쉽다. 도쿄 나리타 공항의 ‘알박기’ 일화는 유명하다. 토지수용을 거부한 주민이 오랫동안 공항 한복판에 울타리를 치고 살았다. 반면 급속 성장을 하는 중국의 경우, 땅은 넓고 주민 반발이 없어서 공항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대형 활주로가 평행하게 놓이며, 활주로 너머에 화물터미널과 정비창고가 들어선다. 또한 확장까지 고려하여 부지를 미리 여유 있게 확보한다.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 대형 공항들은 주로 개발도상국에 건설된다.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보니, 우리나라도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선진국에 첨단 공항을 세우기 힘들다’는 공식을 깬 것이 바로 ‘인공섬’ 공항이다. 1994년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시작으로, 1998년 홍콩 첵랍콕 공항, 2001년 우리나라의 인천공항, 2005년과 2006년 나고야 주부 공항과 고베 공항이 차례로 개항했다. 모두 낡은 도심 공항을 대체하여 인공섬 위에 건설한 신공항들이다. 특히 홍콩 첵랍콕 공항은 착륙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았던 카이탁 공항을 대체했다. 비극을 품은 김해공항에 인공섬 공항을 꿈꾸는 것은 아직도 사치일까? 하늘에서 본 부산은 매우 아름답다.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풍덩풍덩 빠져 있는 섬들, 바다로 뛰어들 기세인 높은 산, 그리고 그 속에 지어진 도시의 빌딩, 항구, 다리. 이들의 조화로운 경치가 결코 시드니나 리우 부럽지 않다. 이런 장관을 감상하면서 비행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해안선을 따라 강하하다 보면 어느덧 나타나는 바다 위 널찍하고 반듯한 활주로. 기분 좋게 착륙한 후, 여유로운 터미널을 통과하여 쭉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도심을 향한다. 사람마다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공항이 아름다우면 각각의 이유는 더 확실해진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인천공항처럼 멋진 인공섬 공항 하나쯤 더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부산, 경남은 그럴 가치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
[왜냐면] 인천공항 주니어를 꿈꾸다 / 신지수 |
하이난항공 기장 항공 용어 중에 ‘시에프아이티’(CFIT,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라는 말이 있다. 조종사가 멀쩡한 비행기를 땅을 향해 조종한다는 섬뜩한 의미다. 2002년 중국항공의 김해공항 사고는 대표적인 ‘시에프아이티’ 사고다. 김해공항은 남쪽을 제외한 북·동·서 방향으로 산들이 병풍처럼 공항을 감싸고 있다. 북풍이 불 때는 접근이 쉽지만, 남풍이 불면 마치 쇼트트랙처럼 좁은 공간에서 선회를 하는 ‘서클링 접근’(Circling Approach)으로 착륙을 한다. 사고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유명을 달리한 110명의 한국인에게 말도 안 되는 보상금을 제시하던 중국항공의 태도와 뉴스 카메라에 잡힌 사고기 기장의 건강한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김해공항 확장 계획이 발표되자, 기대감도 컸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확장 계획에 따르면 새 활주로는 기존의 활주로 옆에 브이(V)자 모양으로 건설된다. 사고가 났던 돗대산을 비켜 놓이므로 이제 서클링 접근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브이자 활주로는 비행경로가 서로 겹쳐서 독립운용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교통량이 많은 공항에 어울리지 않는 설계다. 지도를 놓고 보면 김해에는 독립운용이 가능한 평행 활주로를 건설할 공간이 없다. 선진국 도시의 역사 깊은 공항 중에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여 거대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공항이 많다. 선진화가 될수록 소음규제는 까다로워지고, 토지수용은 힘들어지며, 자연보호 요구가 높아진다. 따라서 신공항 건설은 언감생심이고, 조금씩 확장하는 공항은 점점 난해한 모양으로 변해간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이나 뉴욕 케네디 공항은 복잡한 터미널과 유도로 때문에 조종사도 자칫 길을 잃기 쉽다. 도쿄 나리타 공항의 ‘알박기’ 일화는 유명하다. 토지수용을 거부한 주민이 오랫동안 공항 한복판에 울타리를 치고 살았다. 반면 급속 성장을 하는 중국의 경우, 땅은 넓고 주민 반발이 없어서 공항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대형 활주로가 평행하게 놓이며, 활주로 너머에 화물터미널과 정비창고가 들어선다. 또한 확장까지 고려하여 부지를 미리 여유 있게 확보한다.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 대형 공항들은 주로 개발도상국에 건설된다.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보니, 우리나라도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선진국에 첨단 공항을 세우기 힘들다’는 공식을 깬 것이 바로 ‘인공섬’ 공항이다. 1994년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시작으로, 1998년 홍콩 첵랍콕 공항, 2001년 우리나라의 인천공항, 2005년과 2006년 나고야 주부 공항과 고베 공항이 차례로 개항했다. 모두 낡은 도심 공항을 대체하여 인공섬 위에 건설한 신공항들이다. 특히 홍콩 첵랍콕 공항은 착륙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았던 카이탁 공항을 대체했다. 비극을 품은 김해공항에 인공섬 공항을 꿈꾸는 것은 아직도 사치일까? 하늘에서 본 부산은 매우 아름답다.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풍덩풍덩 빠져 있는 섬들, 바다로 뛰어들 기세인 높은 산, 그리고 그 속에 지어진 도시의 빌딩, 항구, 다리. 이들의 조화로운 경치가 결코 시드니나 리우 부럽지 않다. 이런 장관을 감상하면서 비행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해안선을 따라 강하하다 보면 어느덧 나타나는 바다 위 널찍하고 반듯한 활주로. 기분 좋게 착륙한 후, 여유로운 터미널을 통과하여 쭉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도심을 향한다. 사람마다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공항이 아름다우면 각각의 이유는 더 확실해진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인천공항처럼 멋진 인공섬 공항 하나쯤 더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부산, 경남은 그럴 가치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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