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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9 18:11 수정 : 2019.07.30 12:17

김동석
코레일 양평관리역장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는 칭기즈칸의 명언은 그가 무엇을 꿈꿨는지를 간결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말은 결국 한곳에 안주하는 세력에게는 미래가 없고 길을 통해 끊임없이 이동하는 세력이 미래를 장악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예로부터 길을 통해 역사를 개척하고 만들어왔다. 부족한 식량을 구하고 이민족과의 투쟁으로 새로운 삶의 공간을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길을 만든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 연결이나 네트워크의 연결만이 아니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활방식과 문화와 문명, 나아가 생각과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는 매우 다면적인 경제적·사회적·정신문화적 건설 행위다. 총길이 6400㎞에 이르는 실크로드는 중국 한나라 때 처음 개척된 동서 무역로다. 이 길을 통해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이 이뤄지는 등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준 주요 국제교통로 구실을 했다.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면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동북아의 철도 중심지가 될 것이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국제 철도 물류의 중심 구실을 하고 철도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좁은 국토에서 벗어나 북한, 더 멀리는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돼야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철도 연결 사업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물적·인적 소통과 교류를 하고, 물류비를 포함한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동북아 경제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경부선(부산∼서울)과 경의선(서울∼신의주), 나진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달리는 9288㎞의 세계 최장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돼 유럽 및 동북아 시장을 육상으로 연결하는 세계 최대 운송로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가 꿈에 그리던 ‘제2의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 분단으로 인해 대륙과 분리돼 마치 섬나라와 같았던 우리에게 하나 된 남북철도를 기반으로 시베리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과 중동으로 가는 철도 연결의 구상은 오랜 꿈이기도 하다. 사방이 둘러싸여 도로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토지인 맹지와도 같았던 우리나라가 비로소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국가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유라시아 대륙과 섬처럼 떨어졌던 우리의 철길이 초광역 국제철도망인 대륙철도와 하나로 이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유시코리아’(유럽-시베리아횡단철도-한반도종단철도)라는 신조어가 머지않아 탄생할 날을 기대해본다.

그동안 대륙과 단절됐던 우리나라가 철도를 통해 향후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 운영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축의 초석이 되고, 유라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분단이 고착화된 한반도에서 우리의 오랜 염원과 희망이 담긴 남북철도와 대륙철도 연결 사업을 국가적 최우선 전략과제로 설정해 중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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