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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18:09 수정 : 2019.07.25 14:05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플랫폼 경제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소개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이유 때문이다. 택시업계와 ‘공유 플랫폼’ 타다와의 정면충돌은 오래된 노동이 기술 혁신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의 과제를 던진다. 오래된 노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달앱의 등장은 새롭고 더욱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타다나 배달앱 업체가 말하는 ‘혁신’의 근거는 달라졌다. 승차 거부를 하지 않는 택시, 늦은 심야에도 가능한 배달이라는 소비자 편익이 그 근거와 명분이다.

그러나 타다와 배달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보다 더 오래된 산업 분야가 있다.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아이피티브이(IPTV) 등으로 불리는 유료방송 플랫폼 분야다. 택시 기사와 승객을 중개하거나 음식과 소비자를 이어주듯,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수백개의 방송 채널과 시청자를 이어주는 사업을 해왔다. 1995년 케이블 방송으로 시작된 이 플랫폼 분야는 이후 위성방송과 아이피티브이로 확장되어 현재 약 3200만가구에 이르는 가입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의 출범 이후 케이티(KT), 에스케이(SK), 엘지유플러스(LGU+)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 플랫폼은 방송 채널뿐 아니라 방송 다시보기,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을 함께 판매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피커 등 정보기술(IT)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방송사와 시청자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사이의 소통 경로를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런 플랫폼 경제의 경쟁력은 기술과 서비스 품질보다 어떤 방법으로든 확보해야 하는 더 많은 가입자 수에 있다. 대규모 가입자 확보의 가장 빠른 방법은 경쟁사의 인수합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엘지유플러스와 씨제이(CJ)헬로, 에스케이와 티브로드, 그리고 업계에서 예상하는 케이티의 딜라이브 인수는 이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허가를 거치면 이제 우리에게 방송통신 서비스의 선택지는 세곳의 통신사로 좁혀진다.

타다나 배달앱과 달리 이번 인수합병은 더 큰 시장의 형성뿐 아니라 방송 등 연관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시장 재편을 가져온다. 물론 통신 3사는 이 인수합병의 근거로 다른 플랫폼과 같이 소비자 편익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 빠른 인터넷, 더 많은 볼거리, 더 영리한 인공지능이 제공된다고 한다. 인수합병의 중요한 심사 기관인 과기부는 더 중요한 근거를 내놓았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는 대기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근거와 명분은 낯설지 않다. 3년 전 박근혜 정부 때 지금의 과기부였던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유료방송 발전방안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대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서가 아니다. 대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위태로울 노동자의 일자리, 정확한 정보도 없이 영업에 노출될 가입자, 그나마 남아 있던 지역 방송채널 종사자 등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만을 말하는 정부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 앞에서는 한달 넘게 고용승계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케이블방송 노동자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정부 경제정책은 규제에 의한 분배의 강제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보전과 안정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서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로 위기에 닥칠 오래된 일자리의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이번 유료방송 인수합병의 명분과 근거 어디에도 노동과 일자리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문재인 정부의 과기부를 미래부라 읽기 시작했다. 올해 인수합병 심사는 과기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다르게 읽게 만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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