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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5 17:50 수정 : 2019.07.16 14:16

사회 수업 시간의 일이다. 미래 에너지를 주제로 토론하던 중 한 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고 질문했다. “선생님, 태양광이 많아지면 우리가 살 땅이 줄어들고 환경도 나빠지나요? 그럼 태양광은 나쁜 건가요?” 순간 당황했지만 정확한 답을 해주려고 좀더 알아본 후 얘기해주겠다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통상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는 주요 언론들이 정치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통계나 전문가 발언만을 언급하고 있어 어떤 기사를 믿고 답을 해줘야 할지 더 혼란스러웠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우리의 미래 세대와 연관된 에너지전환 정책에 관심이 많아 관련 뉴스를 꾸준히 챙겨 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탈원전 관련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발전비용이 적게 드는 원전을 덜 이용하고 더 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문득 지난 사회 시간이 떠오르며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 또다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꽤 많은 시간을 들인 끝에 독일의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자료와 기사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앞서 본 탈원전 기사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고, 더 나아가 현지 보도를 취사선택해서 기사화한 사례도 있었다.

독일은 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35%에 이르고 전기요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나라다. 에너지전환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부담금 비중이 증가하여 전기요금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2013년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점유율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가정용 전기요금은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급기야 지난해 상반기에는 요금이 다소 하락하기까지 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계속 발달해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원전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국내 일부 언론은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지난 5월 기사를 언급하며 ‘독일의 탈원전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심지어 ‘탈원전을 후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와 다른 언론이 기사 원문 등을 근거로 팩트체크를 한 결과, 독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성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전환 속도가 느리게 된 원인을 지적하며 관련 인프라 확대 등 향후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탈원전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는 내용은 이 기사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관점이 서로 다르더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만 편하겠다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기성세대가 조금씩 희생하고 양보하여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세상을 선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한전도 반성해야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진정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자신들만의 선언에 갇혀 있지 말고, 팩트에 기반한 전기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활동과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주현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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