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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5 17:48 수정 : 2019.07.16 13:43

곽성규
주파키스탄 대사

지난해 봄과 가을,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만나는 장면은 세계 어디서든 감동적이었다. 이곳 파키스탄의 독자들에게 한반도 평화 진전을 알리려고 새벽까지 원고를 쓰던 즐거운 기억이 새롭다. 현지 신문에 두 편의 글, ‘봄이 오고 있다’와 ‘평양의 가을―평화를 만드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는데 적잖은 반향이 있었다. 이번엔 6월30일 판문점에서 또다시 역사적 장면이 펼쳐졌다.

40여년 전인 1978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중동평화회담이 떠올랐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역사적 회담을 중재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불과 몇해 전까지 홍해에 면한 시나이반도에서 전쟁을 했다. 올해 6월30일은 한반도 평화 역사에서 캠프 데이비드 회담의 서막과 같은 날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교착되어 답답한 날이 흘렀다. 이번 회동으로 평화과정에 대화가 다시 만들어졌다.

일부 언론은 ‘자유의 집 회담장엔 인공기와 성조기만 배치됐고 북-미 정상회담만 열렸다’며 우리의 역할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고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자면 북-미 사이에 북핵과 제재완화에 대한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제재 완화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남북 경협이 포함될 수 있다. 지금은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과정의 주역이라고 그에게 공을 돌렸다. 겸양의 리더십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고 한민족이 공동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다면 평화를 만든 공을 누가 차지하든 하등 상관할 바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높은 차원의 실용적 리더십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란을 보자. 최근 미국의 최대 압박과 이란의 강경한 맞대응으로 긴장이 고조됐다.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당했고, 미국 무인기가 격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군사시설 공격을 명령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이란은 서방과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에서 합의한 농축우라늄 저장 한도를 초과한 데 이어, 우라늄 농축도 상한선(3.67%)을 깼다. 트럼프 행정부의 합의 파기에 맞서 우라늄을 고농축해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위협이다. 중동 핵위기 재발이 우려된다.

며칠 전 외교단 행사에서 이란 대사를 만났다. 그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이번 판문점 회동에 부러움과 관심을 보였다. 2년 전 우리도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 상황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제 북-미 간 적대가 종식되고 평화시대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조만간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면 하노이의 교착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의 프로세스가 힘찬 여정을 다시 내딛길 기대한다.

캠프 데이비드 중동평화 회담은 그 이듬해(꼭 40년 전인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30년간 네차례 전쟁을 치렀던 숙적,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국교를 맺고 서로 대사관을 열었다. 중동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베긴 총리와 사다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미-소가 냉전 종식을 선언한 지도 만 30년, 이제 한반도에서도 평화가 먼 곳의 일이 아님을 보여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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