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0 11:03
수정 : 2019.07.11 14:05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
부산대학교병원 로비에서는 두 노동자가 지난달 27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사람은 부산대학교병원 정규직지부 정재범 지부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간접고용비정규직지부 시설분회장을 맡고 있는 손상량 분회장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방침대로 병원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립대학교병원은 1단계 대상 사업장이다. 이들 병원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용역회사와의 계약 만료일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했다. 그러나 부산대학교병원은 3차례나 계약을 연장하고 정규직 전환을 미루고 있다. 국립대학교병원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을 서둘러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립대학교병원들은 요지부동이다. 부산대학교병원 사용자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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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동맹 총파업 노동자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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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병원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공공병원 노사정 3자가 마련한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세부 사항은 노사합의로 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부산대학교병원이 자회사 전환도 검토하자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명백히 노사합의 위반이다. 국립대학교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 노사와 정부가 참석하여 합의한 원칙까지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학교병원은 청소노동자 한 사람이 받는 임금보다 90만원 정도를 더 얹어서 용역업체에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단 부산대학교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국립대학교병원 중에서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 사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국립대학교병원은 2017년 말까지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계약을 연장할 경우 계약만료 시점에 정규직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년간 국립대학교병원 15곳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5100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겨우 15명에 그친다. 사실상 정규직 전환율이 제로 퍼센트인 것이다.
병원 내 모든 업무는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되는 상시·지속 업무이자 생명안전 업무이다. 업무의 특성상 전문성, 숙련성, 책임성, 연속성, 협업성이 꼭 필요하다. 파견용역이나 자회사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이를 확인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정부가 강조하는 주요 정책으로 공공병원인 국립대학교병원이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 업무에서 일하는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미루거나 자회사로 고용하겠다는 것은 환자 안전을 지켜야 하는 공공병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부산대학교병원 정규직 조합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왔다. 무려 3천명이 넘는 정규직 조합원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서명에 함께했다. 힘겹게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정재범 지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직접고용 노동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똑같이 가치가 있는 땀방울”이라고. 이제라도 정부와 국립대학교병원은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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