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 산학융합공과대학 교수 이번 상반기 공공기관 공채에 우리 학과 졸업생 7명이 합격했다. 국토정보공사 5명, 농어촌공사 1명, 코레일 1명! 이 소식을 주변 사람에게 전하면 크게 놀란다. 고등학생 학부모들의 반응은 정말 뜨겁다. “정말요?” “네~ 정말요!” “무슨 학과예요?” “해양건설공학이요.” “수능 몇 등급이면 들어갈 수 있어요?” “중간 정도면 돼요.”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학과 이름을 다시 물으며 메모까지 한다. 내가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은 소위 스카이(SKY)가 아니다. 대도시 지역거점대학도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자동차가 한꺼번에 철수하며 도시 경제가 폭삭 주저앉은 전북 군산의 작은 지방대, 군산대학교다. 지방대가 무시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오늘날,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든 ‘인서울’ 대학에 보내려 한다. 인서울이 아니면 수도권 대학이라도 가야 한다. 대학의 특성이나 질과는 무관하고, 이제는 거의 종교적 신념이 되어버린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멈추려면 지방대를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대의 설움은 지방의 일자리 부족에서 시작한다. 졸업생 취업률이 낮으니 지방대 평가는 더욱 가혹해지고, 지방대 기피와 지방대 졸업생 취업난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거점대학도 아닌 군산대에서 어떻게 한 학과에서 7명이나 공공기관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이제까지 한해 고작 한명 정도 지방 공무원에 합격할까 말까 했는데. 지난해까지 혁신도시법에 의해 10곳의 혁신도시에 100여개의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밑그림을 그린 국가균형발전계획의 일부가 완성된 것이다. 이 기관들은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실시하여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2018년 18%를 시작으로 2022년 30%에 이르도록 목표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했다. 이런 법과 정책에 힘입어 공공기관의 지역 출신 채용 비율은 2012년 2.8%에서 2018년 11%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권력자들의 채용 청탁 비리가 불거졌다. 2012~2013년도 강원랜드 사원 채용에서는 수백명이 권력자들의 부정한 청탁으로 선발됐다는 것이 밝혀져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으로 늘어난 일자리에 더해, 부정한 채용 청탁으로 도둑맞았던 일자리가 지방대 학생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합격자 중엔 수도권에 배치받은 학생들도 있다. 근무지 선택 우선권을 시험 성적순으로 준다 하니, 지역인재 의무채용 혜택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작은 면 출신의 한 학생은 부모님께서 동네 어귀에 아들 합격을 알리는 펼침막을 붙였다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는다. 아마도 다음 학기에는 수도권으로 편입해 빠져나가는 학생 수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작은 불씨가 보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과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업까지 확장하고, 부정한 채용 청탁을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깊고 넓게 형성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한쪽에선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 서열을 따라,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밀려들 때 지방도 수도권도 함께 피폐해진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치러야 하는 주거고통, 교통고통, 그리고 전 국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교육고통을 해소하려면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수도권-지방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될 때까지만이라도 민간기업으로 확장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 지방대에서 일어난 변화가 지역과 수도권이 상생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그리하여 ‘인서울’을 향해 끝없이 늘어선 입시생과 학부모들의 교육 고통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냐면 |
[왜냐면] 어느 작은 도시 지방대에서 벌어진 놀랄 만한 일 / 정희옥 |
군산대 산학융합공과대학 교수 이번 상반기 공공기관 공채에 우리 학과 졸업생 7명이 합격했다. 국토정보공사 5명, 농어촌공사 1명, 코레일 1명! 이 소식을 주변 사람에게 전하면 크게 놀란다. 고등학생 학부모들의 반응은 정말 뜨겁다. “정말요?” “네~ 정말요!” “무슨 학과예요?” “해양건설공학이요.” “수능 몇 등급이면 들어갈 수 있어요?” “중간 정도면 돼요.”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학과 이름을 다시 물으며 메모까지 한다. 내가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은 소위 스카이(SKY)가 아니다. 대도시 지역거점대학도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자동차가 한꺼번에 철수하며 도시 경제가 폭삭 주저앉은 전북 군산의 작은 지방대, 군산대학교다. 지방대가 무시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오늘날,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든 ‘인서울’ 대학에 보내려 한다. 인서울이 아니면 수도권 대학이라도 가야 한다. 대학의 특성이나 질과는 무관하고, 이제는 거의 종교적 신념이 되어버린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화를 멈추려면 지방대를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대의 설움은 지방의 일자리 부족에서 시작한다. 졸업생 취업률이 낮으니 지방대 평가는 더욱 가혹해지고, 지방대 기피와 지방대 졸업생 취업난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거점대학도 아닌 군산대에서 어떻게 한 학과에서 7명이나 공공기관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이제까지 한해 고작 한명 정도 지방 공무원에 합격할까 말까 했는데. 지난해까지 혁신도시법에 의해 10곳의 혁신도시에 100여개의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밑그림을 그린 국가균형발전계획의 일부가 완성된 것이다. 이 기관들은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실시하여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2018년 18%를 시작으로 2022년 30%에 이르도록 목표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했다. 이런 법과 정책에 힘입어 공공기관의 지역 출신 채용 비율은 2012년 2.8%에서 2018년 11%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권력자들의 채용 청탁 비리가 불거졌다. 2012~2013년도 강원랜드 사원 채용에서는 수백명이 권력자들의 부정한 청탁으로 선발됐다는 것이 밝혀져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으로 늘어난 일자리에 더해, 부정한 채용 청탁으로 도둑맞았던 일자리가 지방대 학생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합격자 중엔 수도권에 배치받은 학생들도 있다. 근무지 선택 우선권을 시험 성적순으로 준다 하니, 지역인재 의무채용 혜택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작은 면 출신의 한 학생은 부모님께서 동네 어귀에 아들 합격을 알리는 펼침막을 붙였다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는다. 아마도 다음 학기에는 수도권으로 편입해 빠져나가는 학생 수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작은 불씨가 보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과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기업까지 확장하고, 부정한 채용 청탁을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깊고 넓게 형성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한쪽에선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 서열을 따라,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밀려들 때 지방도 수도권도 함께 피폐해진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치러야 하는 주거고통, 교통고통, 그리고 전 국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교육고통을 해소하려면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수도권-지방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될 때까지만이라도 민간기업으로 확장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 지방대에서 일어난 변화가 지역과 수도권이 상생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그리하여 ‘인서울’을 향해 끝없이 늘어선 입시생과 학부모들의 교육 고통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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